2,3일 연속등판에 50~90 이닝 투구 예사
'저 투수는 경기만 하면 나오네. 출석 체크라도 하는 건가?' 수시로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불펜은 고단한 보직이다. 선발 투수와 달리 언제, 어느 때든 마운드에 오를 마음가짐과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2009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불펜의 부담도 자연히 커지고 있다. 특히 믿을 만한 불펜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펜 혹사를 두고 여러 기준이 제시되지만 보통 투구 이닝과 등판 간격, 투구 수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을 확실히 지키지 않는 국내 야구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80이닝 이상 던지면 상당히 많이 던졌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등판과 휴식을 연일 반복하는 것 뿐 아니라 사흘 연속 던지는 것도 무리한 일정이다. 한 번 마운드에 올라 30개 이상 던지는 것도 큰 부담이다.
안타깝게도 올 시즌 각 구단들의 핵심 불펜(선발 등판 5회 이상 제외)들은 많이, 자주 던졌다. 몸을 풀 때 투구를 뺀 수치인데도 상당하다. 이틀 연속은 물론 사흘 연투도 눈에 띈다. 불펜의 비중이 큰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외에 나머지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가 상대적으로 불펜에 부하가 덜 걸렸을 뿐이다.
SK의 좌완 불펜 이승호는 선발로 한 번 나선 것을 제외해도 무려 94와 2/3이닝이나 던졌다. 사흘 연투도 세 차례. SK에서 가장 힘을 많이 쓴 불펜이다. 히어로즈의 송신영은 사흘 연투 횟수가 네 차례로 가장 많았다. SK는 두산과 2위 싸움을 하는 한편 1위 자리를 넘보고 있고 히어로즈는 삼성, 롯데와 4위 다툼을 벌이고 있어 이들의 등판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대 불펜들의 짐도 무거웠다. 데뷔 첫 해인 2007년 불펜으로서만 101과 1/3이닝을 던졌던 임태훈(두산)은 지난해(87이닝)에 이어 올해도 이미 80이닝 이상을 던졌다. 올 시즌 주목을 받고 있는 양훈(한화 이글스)은 62경기나 등판해 80이닝을 훌쩍 넘겼다. 한화가 120경기를 치렀으니 팀 경기의 절반 이상에 명함을 내민 셈. 히어로즈의 이보근도 80이닝에 육박했다.
야구계에선 '투수의 어깨는 지우개'라고들 말한다. 쓰면 쓸수록 닳는다는 이야기다. 우수한 자원은 한정돼 있고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도태되면 지휘봉을 놓아야 하는 현실에서 각 팀 사령탑이 이 격언을 따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혹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떠나 선수 개인 뿐 아니라 프로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자원들은 소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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