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반 걸쳐 배짱 정차…市 "지켜보자" 느긋
대구 중구 중앙로 중앙치안센터 앞. 11월 대중교통전용지구(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1.04㎞) 완전 개통을 앞두고 도로 가에 둘러진 노란색 작업 담장 안에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자가용 진출입을 차단한 이후 이곳 버스 흐름은 한결 원활하다. 하지만 인도 위까지 반쯤 차량을 걸쳐 승객을 기다리는 '개구리 택시'가 군데군데 늘어서 버스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개구리 택시 앞에서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버스는 택시를 피해 중앙선을 넘나들고 있다. 가까스로 개구리 택시 옆을 지나가는 버스들도 요란한 경적을 울리기 일쑤다. '중앙로는 택시 승객 승·하차만 가능합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택시 진입 전면 허용을 위해 법규를 준수합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무색한 실정이다. 김일주(34·동구 각산동)씨는 "중앙로에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때문에 도로까지 내려와 버스를 타야 한다"며 "버스들의 곡예 운전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불평했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택시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꼬리를 문 '개구리 택시' 행렬이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원활한 교통 흐름을 방해하면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당초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택시 영업을 불허하기로 했으나 업계 요구에 따라 개통 전까지 택시 자정 성적표를 보고 퇴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대구 개인·법인택시조합 측은 중앙로 내 택시 호객 행위를 없애기 위해 각 업체에 협조 공문을 보내고 중앙로에 홍보 플래카드까지 내거는 등 자정 노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중앙로 택시 정차 행렬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보령(34·여)씨는 "정차 택시에 막힌 버스가 울리는 경적 소리에 중앙로를 걷다가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수개월째 이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버스기사 박모(42)씨는 "정차 택시가 없다손 치더라도 택시 손님들이 승·하차할 때마다 교통 흐름이 나빠진다"며 "대구시 처음 계획대로 버스만 다니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일단 택시 업계 자정 노력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배효식 교통정책과장은 "'중앙로에 택시가 들어가지 못하면 밥줄이 끊긴다'는 택시 업계의 진정을 받아들여 당초 계획을 바꿨지만 지금처럼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면 택시의 진출입을 막겠다"고 말했다.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은 "중앙로 택시 정차 행렬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대중교통전용지구의 효과를 제대로 살릴 수 없고 중앙로에 조성되고 있는 걷기 좋은 거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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