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째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입력 2009-09-07 14:12:43

시공능력1위…건설명가 부활 이끄는 '33년 현대맨'

'이명박, 정몽구, 정몽준, 현정은'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뉴스메이커'들이다. 공통점은 범 현대가(家)라는 것. 알려진대로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에서 이룬 '샐러리맨 성공 신화'로 대권까지 잡았다. 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대북 관계에서, 정몽준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의 한 명으로 여당 대표에 오름에 따라 뉴스의 초점에 서 있다.

여기에 빠트려서는 안 될 '현대맨'이 한 명 더 있다. 18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다. 올 상반기 역대 최대인 4조6천40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최고의 경영실적을 올린 데 이어 2009년 시공능력평가에서도 6년만에 1위에 복귀하며 '건설 명가'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입사한 이후 33년간 외길을 걸어온 그와 현대의 인연은 운명적이었다. "친구가 현대건설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다며 같이 시험을 치자 그랬어요. 전 외국계 회사에 다니던 터라 생각이 없었지만 친구가 입사원서도 대신 써주면서 부탁을 해 시험은 치르기로 했죠. 그런데 시험 전날 술자리에서 수험표가 든 웃옷을 잃어버린 겁니다. 시험을 못 보게 돼 잘 됐다 싶었는데 친구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꼬드겨 결국 시험장까지 가게 됐습니다. 허허허."

그와 현대의 인연은 이뿐이 아니다. 현재 서울 계동에 있는 현대건설 사옥은 옛 휘문고 자리다. 상주 함창 출신인 그의 모교다. "문경중을 졸업한 뒤 모친께서 서울 유학을 적극 권유하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서울은 9시간이나 걸렸지만 외삼촌이 경기고보를 나오셔서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이 제 문경중 동기동창이죠."

국내 굴지 건설사의 공채 신입사원으로 출발, 최고경영자에 올랐지만 아픔도 없지않았다. 1995년 이사대우로 승진한 이후 민간사업본부 이사, 건축사업본부 상무, 건축사업본부 전무(본부장), 주택영업본부 부사장(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승승장구했지만 2007년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좌천(?)됐던 것.

하지만 '나폴레옹'이란 별명처럼 그는 '불가능은 없다'는 투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가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부임한 뒤 거둔 경영실적은 놀랍다. 2006년 2천40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07년 3천700억원, 지난해에는 7천400억원을 기록하면서 3배가 넘는 외형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새로 맡은 현대건설의 순항도 그의 공이 크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를 국내 8조5천억원, 해외 65억달러 등 총 15조6천억원으로 세워 놓고 있다. 그나마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단순 시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구매, 금융, 그리고 시공까지 아우르는 '인더스트리얼 디벨로퍼'로의 변신이 필요합니다. 건설을 공사가 아닌 사업으로 접근해 부가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신입사원들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1950년생. 우리 나이로 60세다. 또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했고 '군대식' 기업문화로 유명한 현대건설에서 잔뼈가 굵었다. 하지만 그의 신세대적 감성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김 사장은 수시로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사장으로 있는 동안 모든 직원들과 밥 한끼는 먹어봐야 하지않겠냐는 생각에서다. 또 우수 직원들에겐 격려 편지와 함께 보약상품권을 지급하고, 해외현장에 근무하는 직원 가족이나 큰 사업을 수주한 직원 가족 등에게는 감사편지도 보낸다.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능한 한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전부는 사람이라는 생각때문이죠."

현대건설은 지난 7월 대구 동구 신천동에 대구경북지사를 개설했다. 낙동강살리기 사업 등 토목공사와 주택사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금 지역에서 계획 중이거나 착공중인 사업은 대구도시철도,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테크노폴리스 진입도로, 상주~영덕 고속도로, 안동~포항 국도, 동해남부철도, 포항신항방파제 공사 등이다.

"대구경북지역의 기간 SOC사업에 동참해 발전을 선도할 계획입니다. 특히 지역 업체와의 상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반적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 신울진 원전공사 등 대규모 공공사업들이 발주되면 경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는 모교인 함창초교 100주년기념사업회 회장 겸 총동회장을 맡아 지역 발전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바쁜 와중에서도 연중 서너번은 고향을 찾고 상주의 명품인 곶감, 사과, 배 등 농산물 팔아주기행사도 수시로 갖는다.

"대구는 예전에 아주 크고 활기찬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섬유, 안경 등 제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젊은 인재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발전이 정체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함에 따라 새로운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 같아 반갑습니다."

그리 크지않은 키이지만 다부져보이는 그의 건강유지 비법은 조깅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 근처 양재천을 걷거나 달리면서 하루 일과를 설계하고 생각의 흐름을 가다듬곤 한다. 해외에 나가더라도 조깅을 빼먹지않을 정도라고 한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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