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번영 속 위기에 처해 있다.'
5일간(8월 27~31일) 돌아본 중국 길림성 내 연변 조선족 자치주. 남한 면적의 절반에 가까우며 조선족 인구만 200여만명에 이른다. 이곳은 며칠 사이에 새 건물이 들어설 정도로 발전속도가 빠르다.
중심도시인 연길시 인구는 벌써 50만을 넘어 60만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족이 가장 많다는 용정시와 도문시 역시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건물이 들어서는 등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화려한 발전의 이면에 조선족 자치주의 위기도 도사리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관광특구는 중국 길림성이 직접 관할하며 관광수입을 독점하고 있으며, 백두산(중국에선 장백산) 이용료(버스 68위안·지프 80위안)도 대폭 올렸다.
자치주의 경제발전이 속도를 낼수록 한족(漢族·중국인)의 유입속도는 더 빠르다. 한때 자치주 전체 인구의 60%에까지 이르던 조선족 인구는 올해 37%까지 떨어져 자치주 위상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젠 겉과 속이 꽉 찬 연변 자치주를 꿈꿔야 한다. 조선족과 한족이 한데 어우러져 함께 잘사는 도시가 돼야 하는 것. 조선족 인구는 50%는 유지해야 자치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다. 한국인 기업인들도 연변 투자를 할 때는 한족보다 임금이 조금 비싸더라도 조선족을 우선 채용하는 것도 조선족 인구유출을 막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조철학(趙哲學) 현 연길시장이 조선족과 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경제발전과 더불어 자치주 위상에도 신경을 쓴다면 '발전 속 위기'가 아닌 '발전 속 풍요'라는 말로 대체될 것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국경이 합해지는 방천(防川)으로 가는 길에 만났던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생전 주거지는 한국 정부나 한국인 기업가가 나서 유적지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도록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전 2개월여간 거주했다는 이곳 유적지가 인적이 뜸한 시골에 방치된 것 같아 아쉬움이 더했다.(관계기사 6면)
◆연길(옌지), 연변(옌볜) 자치주 주도
연길시는 연변의 상징도시로 친한국적인 마인드를 가진 도시다. 시장부터 연길시민 모두 한국인들은 대환영이다. 투자를 하든 관광을 하든 돈을 쓰기 위해 온 반가운 손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와 한국의 IT기업·중소기업들이 참석한 제5회 중국 연길·두만강지역 국제 투자무역 박람회가 성황리에 끝난 것도 이런 친기업적 정책의 일환이다. 인구는 50여만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구 250만명의 대구시 엑스코(EXCO)에서 열린 각종 박람회만큼 규모도 컸고 행사도 다채로웠다.
연길시장은 이들 상공인과 기업인들을 연길에서 가장 좋은 호텔에 투숙하도록 하고, 환영 및 환송 만찬을 베풀어 줬다. 저녁식사 이후에는 연길시 조선족예술단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길 IT밸리 유대진 회장은 "한국 기업인들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며 이곳 연길에 과감하게 투자해주길 기대한다"며 "이곳은 고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더 친근할 정도로 우리 정서가 흐르는 곳"이라고 환영했다.
맹영균 연길시 안전생산감독관리국장도 "연길이 발전이 눈부시지만 이곳에 투자한 기업인들도 같이 번영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길시 기업유치와 번영을 위한 이번 박람회는 대성공이었다. 한국과 해외에서 온 기업인들도 연변으로의 사업확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두고 특허출원품인 천연옥 피부미용 타월을 생산하고 있는 '옥밀' 김성표 대표이사는 "때밀이 3개 한 세트를 100위안에 판매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제품이 피부미용에 좋을 뿐더러 때를 미는 습관이 돼 있는 우리민족에게 딱 맞는 발명품이라 이번 박람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아메리카 이글 무역회사' 김정수 대표도 "중국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만화 티셔츠를 가져와 테스트 마케팅을 해보고 있다"고 이곳에 온 목적을 설명했다. 박람회 회의장에서 열린 투자유치 설명회에서는 중국에서 인터넷 사업체로 자리를 잡은 '아사달'의 서창녕 대표가 연길에서 일찍 성공한 비결을 소개했다.
◆민족의 혼이 흐르는 용정
용정시는 조선족 자치주 내에 두번째로 큰 도시로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연길에 비해 발전속도도 더뎌 우리 민족의 사는 모습을 더 정겹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가곡 '선구자' 노래가사에 나오는 해란강과 일송정, 윤동주 시인이 졸업한 대성중학교(지금은 용정중학교로 바뀌었으며 명문중학교)로 더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조선족 인구가 60%가 넘으며 대한민국 한 소도시가 60,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정겨운 곳이다. 용정시는 한국 사람들의 향수를 가장 자극하는 곳으로 충분했다. 연길보다 더 정이 가는 도시다. 거리 어딜 가도 한국 간판이며 중국어보다 한국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도동환 민족문화영상협회장은 "용정에 오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옛 시절이 떠오른다"며 "대한민국이 그동안 얼마나 눈부신 경제발전을 했는지 되돌아보려면 이곳 용정을 돌아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 회장은 "정부나 기업인들이 좀 더 세심하게 이곳 발전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실제 용정시는 일자리, 교육 등의 문제로 인구를 연길시에 빼앗기고 있는 추세. 용정시는 아직도 농사를 짓는 등 1차산업에 기대 살아가는 조선족들이 많다. 연길뿐 아니라 용정도 더불어 발전해야 조선족 자치주가 더 건강해지기 때문에 연길과 동반발전의 길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한다.
용정은 또 동방 반달곰 사육장이 유명하다. 특히 한국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웅담 관련 상품을 사는데 실제 연변대학에서 보증하는 제품이라 안심하고 사도 된다. 이곳에서 사육하는 곰이 1천600마리나 된다. 이중 절반은 백두산 아래에 위치한 야생 사육장에서 기른다.
※조선족 자치주란? 중국 동북(東北)지구 중부 길림성 동부에 있는 자치주. 면적 약 4만2천700㎢. 인구 200여만명. 주도는 연길시. 일찍이 청나라와 조선 사이에 국경분쟁을 일으킨 간도(間島)지방에 해당. 연길·용정·도문·훈춘·화룡·돈화의 6개 시와 왕청·안도 등 2개 현으로 이뤄져 있다.
중국 연길·용정에서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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