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취미 있어요]가곡 부르기 푹 빠진 최경진씨

입력 2009-09-03 14:37:35

신피부과 최경진(60) 원장은 아직도 지난 5월을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수성아트피아에서 '바리톤 최경진 독창회'란 이름으로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평생에 남을 추억거리를 만들었죠. 올해 제가 환갑이라 처음에 자식들이 해외여행이나 잔치를 해주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독창회를 한 번 가지고 싶다고 했죠. 독창회 때 아들과 함께 이중창도 불렀어요. 의사인 아들은 저와의 공연을 위해 사전에 몇 차례 집중 훈련을 받았죠."

최 원장이 가곡을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우연히 부인이 가곡을 배우는 단체가 있다며 같이 다니자고 제의한 것이 인연이 된 것. 그가 발을 들여다 놓은 곳은 10여 년 전부터 우리 가곡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테너 박범철 교수의 가곡아카데미였다.

"처음에는 가곡이 딱딱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일반 가요와는 달리 가슴 깊이 울리는 뭔가가 있더라고요. 가곡은 주로 시(詩)에 작곡가들이 곡을 붙인 거잖아요. 그렇다 보니 가사의 내용이 주옥같아요. 달콤하면서도 아름답죠." 초반에는 가곡을 듣거나 배워도 별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몇차례 듣고 나니 소름이 쫙 끼칠 만큼 심금을 울렸다는 것. 더욱이 최신 가곡들은 크로스오버가 돼 멋있는 가요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매주 목요일 저녁만 되면 부인과 함께 아카데미로 향한다. 아직도 아카데미를 찾을 때면 기분이 설렌다고 한다. "가곡을 하면서 20여년 동안 저를 괴롭히던 편두통도 가셨어요. 과거에는 약에 의존했지만 이상하게 가곡을 배우는 순간에는 편두통이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노래에 집중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아카데미에서 부동산중개인, 교사,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2년 전부터는 아카데미의 남성중창단장을 맡아 금요일에도 중창단 연습을 한다. 그러면서 1개월에 한 차례 정도는 공연을 하고 있는 것. 지금까지 최 원장은 15회 이상 무대에 선 경험이 있다. 보통 첫 무대에 서면 떨리기 마련. 하지만 최 원장은 마치 베테랑처럼 무대에 서는 것을 즐겼다. 아무래도 대학 때 연극동아리에서 연극을 계속 하다 보니 '무대 울렁증'이 없는 모양이라고 웃었다. 더욱이 그는 대학 때 친구들 사이에 '가요방 가수'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노래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최 원장의 가곡 사랑은 병원에서도 이어진다. 환자를 진료 중에도 컴퓨터로 잔잔하게 가곡을 틀어놓고 듣는다는 것. 가곡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는데다 정서적으로도 안정된다는 것. 집에서는 방문을 꼭 닫아놓고 연습을 한다.

"가곡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죠. 심신의 영양소가 되는 겁니다. 가곡의 내용이 그리움이나 사랑, 따뜻함 등이니까 마음이 순화되는 거죠. 왠지 화를 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도 들게끔 해요."

건강에도 좋단다. 가곡을 부를 때 복식호흡을 하는데 이것이 예상보다 운동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한 소절을 하면 중간에 두 차례 정도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었죠. 호흡법을 배워서 7개월 정도 하니까 편안하게 노래가 되더라고요. 한창 발성연습을 할 때는 한겨울인데도 등줄기에 땀이 밸 정도였어요."

최 원장은 독창회에 이어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부인과 아들이 모두 참여하는 가족음악회를 몇 년 후에 개최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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