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펀펀야구] 포수는 오직 '내조의 여왕'

입력 2009-09-03 09: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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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포수의 비중은 감독의 선수 시절 포지션에 따라 달라지는 묘한 경향이 있다. 투수 출신의 감독들은 실점을 많이 해도 여간해선 투수를 나무라지 않는다. 대신 포수에게 원망스런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포수에게 "무슨 사인(구질)을 낸 거야?"라고 물을 때도 마치 "잘 좀 리드를 해 주지"라는 질책이 담겨 있다. 잘 던지면 투수의 '공로'지만 뭇매를 맞으면 으레 포수에게 비난의 눈총이 날아가는 것이다.

반면 야수 출신의 감독은 포수의 비중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 그들에게 포수란 어깨가 강해 주자를 묶어두고 심판도 속을 정도로 투구를 잘 받아주며 날렵한 블로킹으로 뒤로 빠지는 투구가 없는 데다 배팅마저 강하면 나무랄 데 없는 포수다. 투구의 내용과 결과는 전적으로 투수의 몫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투수가 투수답게 잘 던지기만 하면 크게 맞을 일이 없으나 어차피 기량이 약한 투수는 맞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므로 포수의 비중은 자연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야구인은 포수에 대해 후자의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 용병만 봐도 그렇다. 그들은 마운드에 오를 때 타자들에 대한 세밀한 지식이 별로 없다. 다만 힘이 있거나 발이 빠른 '요주의 선수'가 누구인지 정도의 정보만 챙긴다. 그러므로 오직 자신의 능력과 경험만 믿고 투구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10승 이상의 투수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투수 자질 자체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수비적 역할 외의 볼 배합이나 세심한 투수 리드에 대한 포수의 비중은 미미한 것일까? 야구가 아무리 투수가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경기라 해도 나날이 강해지는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분석과 상황 파악은 필수적이다. 투수들은 순간적으로 감정적으로 변할 수 있고 결코 완벽한 존재도 아니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나 예리한 구질과 섬세한 제구력은 다만 이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일 뿐 실제로 그것만으로 이기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볼을 배합하는 기술이나 투수를 끌고 가는 관록을 쉽게 생각하는 이유는 포수의 비밀스런 영역이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건강과 화목을 위해 집안일을 꼼꼼히 챙기는 어머니의 고마움이 스쳐 지나듯 포수의 공헌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순간순간 투수를 일깨우고 이상 징후를 예방하면서 자신감을 유지해 가도록 호흡을 맞추는 일이나 타자에 따라 구질을 선택하고 코스를 정해 타자를 제압하며 믿음을 나누는 과정들도 오직 투수와 포수만이 느낄 뿐이다.

공 하나로 승부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위기를 헤쳐나가는 포수의 지략은 드러나지 않으며 뛰어난 볼 배합도 베테랑 포수들의 노하우이지만 이 역시 박수는 투수의 몫이다. 포수는 오직 '내조의 여왕'일 뿐이다. 그래서 포수 출신의 감독은 조용히 포수를 불러 상황을 파악하거나 주의를 환기시킨다. 포수를 전적으로 믿는 것이다. 최근 들어 삼성의 포수 자리가 왠지 공허해 보인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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