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고령화 사회와 창의적 사고

입력 2009-08-31 11:01:47

2주일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그의 삶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적어도 그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동시에 그가 걸어온 삶의 역정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역동적인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때로는 노추라든가 노욕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지만 삶에 대한 그의 적극적인 태도는 노년기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 그는 방대한 독서를 밑거름으로 쉼없이 자기만의 창의적 사고를 모색했고, 시대를 앞서가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의견을 수용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나놓고 보면 그의 적지 않은 생각이 시대를 미리 내다보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우리 사회는 세계 어느 사회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평균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출산율로 노령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머지않아 절대 인구마저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령 인구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낮은 출산율은 국가적 재앙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은 매우 화급하게 실행해야 할 사회적 당면과제이다. 그러나 출산율을 높인다고 해도 사회의 고령화 추세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고령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낮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회적 노력과 함께 노년기의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와 인식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처럼 노인들이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간다면 개인적으로는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면서 사회적으로는 노인에 대한 부양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삶을 살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육체적 건강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견해는 과거의 삶에 얽매여 새로운 사고를 해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년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 나간다면 노인이라고 해서 창의적 사고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흔히 오늘날의 사회를 지식정보화 사회이니 지식기반 사회라고 하는데, 창의적 사고야말로 지식정보화 사회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나이나 학력, 성별과 관계없이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지식정보화 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창출해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창의성이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을 희망으로 탈바꿈시켜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승리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지적이야말로 지식정보화 사회의 큰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노인을 흔히 사회적으로 부담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노년기에도 창의적 사고를 통해 사회적으로 얼마든지 기여할 수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어령 선생 같은 분은 70대 중반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창의적 사고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그의 풍부한 독서와 삶의 경험은 맛깔스런 새로운 사고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 사고를 제한하고 구속하는 틀이 아니라 잘 익은 창의적 사고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령 선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노인 스스로 자신을 사회적 부양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 자신의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당당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노년기에도 창의적 사고를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노년기의 건강하고 보람된 인생을 영위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이라고 하겠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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