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1980년대 초반 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 가장 인기있는 위문품은 월간지였다. 폐쇄된 생활탓인지 선정적인 기사와 광고가 나오는 월간지는 사병들의 '필독서'처럼 읽혀졌다. 시시껄렁한 연예계 소식이나'사건 추적'같은 야한 기사도 인기 있었지만 속옷 입은 여성 모델이 등장하는 컬러광고면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물이었다.
고참들이 실컷 보고 나면 졸병 차례가 돌아오는데 그때쯤 되면 잡지 중간 중간에 찢겨진 부분이 많았다. 나중에 찢겨진 광고면이 고참들의 철모 내피 안쪽, 관물대 앞, 군화 바닥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는 군대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예전보다 개방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월간지 인기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위문품은 전쟁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군대의 사기를 높이고 격려하는데 더없이 유용했다.
구약성서를 보면 3천년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물리치는 계기도 위문품 때문이었다. 형들은 전쟁에 나갔는데 다윗은 나이가 어려 출전하지 못하고 집에 있었다. 다윗은 아버지가 형들에게 위문품을 갖다주라고 해서 빵과 치즈 덩어리를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가보니 이스라엘군이 골리앗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분노한 다윗이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죽이고 이스라엘군의 승리를 이끈다.
전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위문 활동을 하는 곳은 역시'전쟁의 나라' 미국이다. 1941년 루스벨트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비영리민간단체 USO(United Service Organization·미국위문협회)는 지금까지 활발한 위문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쟁때 코미디언 밥 호프,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내한공연을 한 것도 USO의 요청 때문이었다. 요즘도 이라크 사막에서 미군들을 위한 이동매점을 운영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국가보훈처 발표에 따르면 신세대 장병들은 위문품으로 러닝머신 같은 운동기구, DVD플레이어, PC 등을 선호한다고 한다. 10년전만 해도 과자류나 볼펜세트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니 세월에 따라 위문품의 기호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물품 종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장병들에게 보내는 최고의 위문품은 애정과 관심이 아니겠는가.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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