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용(57)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몇 가지 기록을 세웠다. 대구경찰청장에서 치안정감으로 곧바로 승진한 것도 처음이었고, 대구청장에서 서울청장으로 수직 이동한 일도 주 청장 이전에는 없었다.
그는 "대구시민들이 대구시의 치안 책임자를 좋게 평가했기 때문 아니냐"며 "늘 대구에 빚진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수도 서울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경찰에 대한 시민 인식을 바꾸기 위해 대구에서 시도했던 경찰청 개방 등 갖가지 정책들을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
주 청장은 '강성무골'(强性武骨)로 통한다. 총경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사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맡으면서 수사통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고 이후 경기경찰청 수사부장,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경찰청 수사국장'생활안전국장 등을 거쳐 가는 곳마다 수사 책임자로 무시할 수 없는 실적을 쌓았다.
청와대 사직동팀이 개편된 후 첫 특수수사과장을 맡은 그는 국방부 무기 도입 비리 사건을 파헤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국정원장을 지낸 여당 의원이던 천용택 전 의원을 구속시키고 3, 4성 장군들을 줄줄이 구속시키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까지 무기 도입 분야는 수사할 수 없는 성역에 속했다. 그는 수사과정에서 원칙을 지켰다. 그 때문에 '강성'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 것 같다.
2006년 한화 김승연 회장 사건이 터졌을 때 그는 경찰청 수사국장이었다. 경찰 조직이 자칫 국민의 신뢰를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관련자들과 김 회장을 구속시키는 등 깔끔하게 사건을 처리했다. '대기업 회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그의 원칙은 더욱 유명해졌다.
주 청장은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는 것이 정상 아니냐"며 자신은 절대로 강성이 아니라고 우겼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고시 공부를 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신문에 난 경찰 간부후보생 공고를 보고 어릴 적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단박에 응시했다. 한 두 번 고시에 낙방하면서 집안 눈치를 보고 있던 상황에서 경찰 간부후보생은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고 했다. 고시와 1차 시험 과목이 겹쳤던 데다 무장 공비가 출몰하던 고향 울진에서 어릴 때부터 자랐기 때문에 '간첩잡는 명수사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버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운때가 맞아서 승진도 제때 했다"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되지 않았으면 기자가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친구들 중 몇몇이 기자가 됐고 자신도 그럴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화성 씨랜드 사건'을 꼽았다. 어린 유치원생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씨랜드 사건은 군청의 건축 비리 때문에 일어났다. 그는 수사본부장으로서 당시 화성군청 관련자 10여명을 구속시켰다. '바다이야기' 소탕도 그가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시절 벌였던 작품 중의 하나다. 그는 당시 바다이야기를 수사하지 않았더라면 나라 경제가 엉망이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3개월간 한 번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가 서울 치안을 책임지면서 시위 문화도 많이 개선됐다. 불법 폭력 시위 양상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시위현장에 대응하는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찰버스로 차벽을 둘러치고 시위대를 막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위대 앞으로 전의경들을 내세웠다. 처음에는 전의경들이 몸을 사리고 앞에 나서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시위 문화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가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은 시위대가 차벽을 친 경찰 버스를 뒤흔드는 모습이 공권력이 흔들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으로는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의 성장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주 청장은 질서에 대해 "질서 의식 때문에 질서가 지켜진다고 생각히지만 질서와 평화는 힘에 의해서 지켜지고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진태생으로 대구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간부후보 26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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