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10年…안심·다사 들판이 아파트로

입력 2009-08-29 07:00:00

1·2호선 종점역 주변 어떻게 달라졌나

문양역 앞에 대기하고 있는 매운탕 집 셔틀버스, 다른 지하철 종점과 달리 문양역 주변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어 식당가 외에는 이렇다 할 시설이 없다. 문양역 인근은
문양역 앞에 대기하고 있는 매운탕 집 셔틀버스, 다른 지하철 종점과 달리 문양역 주변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어 식당가 외에는 이렇다 할 시설이 없다. 문양역 인근은 '도시의 역세권' 이라기보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의 느낌을 준다

대구에 지하철 시대가 열린 지 10여년. 대구지하철 1, 2호선에 이어 전 구간 지상으로 운행하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북구 동호동~수성구 범물동)도 지난달 첫 삽을 떴다. 지하철역 주변은 그동안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특히 지하철 종점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는 역세권, 환승기능, 도로망 확충 등을 통해 신도시를 방불케 한다. 지하철 1호선 서편 종점인 달서구 대곡역과 진천역, 동편 종점인 동구 안심역과 각산역, 지하철 2호선 서편 달성군 문양역과 다사역, 동편 수성구 사월역과 신매역 등이 그러하다. 특히 안심·각산·다사역 주변은 이전 들판과 임야 등지에서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로 변모해 상전벽해를 이뤘다.

주변 땅값은 그동안 상당 폭 올랐고, 아파트, 병·의원, 대형할인점을 비롯한 상가 등이 속속 들어서 지하철 개통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이한 것은 종점역보다는 종점 전(前)역들이 오히려 더 빠르고 안정된 성장속도를 보였다는 것.

지하철 1호선은 진천역~중앙로역(97년 11월 개통), 중앙로역~안심역(98년 5월), 진천역~대곡역(2002년 5월) 순으로 개통됐고, 지하철 2호선 문양역~사월역은 2005년 10월 개통됐다. 지하철 종점역의 탑승객 수도 개통 당시에 비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대곡역은 개통 당시인 2002년 한 달(7월 기준) 승객이 13만5천983명이었으나, 올해는 26만9천824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안심역도 8만4천341명(98년)에서 13만6천300명으로 증가했다. 문양역은 6만190명(2006년)에서 7만2천932명으로, 사월역은 14만5천279명(2006년)에서 23만4천118명으로 각각 늘었다. 대구지하철 1, 2호선 종점역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변화상을 살펴봤다.

◆산골에서 도시로, 문양·다사역

이달 20일 오후 1시 지하철 2호선 종점인 문양역이 가까워 올 무렵 그때까지 지하철 차량 6대 안에 있던 승객은 모두 26명이었다. 말 그대로 문양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드문드문'. 하지만 이들 중 절반은 노인이었다. 평일 대낮 이렇다할 주택가가 없는 지하철 종점까지 왜 오는 걸까. 답은 역사를 빠져나가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2008년 조성된 마천산(해발 196m) 산림욕장으로 향했고, 또 일부는 인근 매운탕 집에서 손님을 실어나르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하루 이용객수 2천200여명으로 대구 지하철 전체 55개 역 중 하위권에 속하는데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둘러싸여 역세권의 혜택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꾸준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 지하철 문양역에서 올 4월, 1주일간 이용객들을 조사했더니 등산객 비율은 전체 이용객의 22%에 달했다.

문양역의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주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성주로 출퇴근하는 이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문양역 지상 1, 2층에 있는 주차장에는 176대의 차량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총 193면의 주차공간을 가진 문양역 주차장은 낮에는 성주에서 대구로 나가는 차량들의 거처로 변했고, 밤에는 대구에서 성주로 출근하는 차량의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문양역의 탄생이 모든 이들을 기쁘게 해주진 않았다. 인근 하빈면 주민들의 대구행은 다소 불편해진 것. 지하철이 생긴 뒤 한 번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던 것이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나가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달서구 감삼동까지 가서 퍼머를 하고 왔다는 한정분(73·여·하빈 봉촌)씨는 "지하철이 생기기 전에는 0번 버스를 타고 한 번만에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다르다"며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버스를 1시간씩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종점역보다 앞선 두 역, 대실·다사역 주변은 논밭, 심지어 언덕까지 아파트 주거지로 변했다. 대실·다사역이 지나는 매곡리와 죽곡리 일대에는 아파트가 조금씩 늘어 지난 한 해에만 4천500여 가구가 쏟아졌다.

정병율 다사읍 부읍장은 "인근 세천공단과 죽곡 2지구 등의 영향을 받으면 이 일대도 수성구 시지지역 못지 않은 신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구 계속 늘고있는 사월·신매역

사월·신매역은 수성구 고산 1·2·3동 지역으로 지하철 개통 이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4만여명이던 인구가 지하철 개통 이후 7만여명으로 늘었고, 매년 1만여명씩 늘어 현재는 11만명을 넘어섰다. 아파트 신규입주가 계속되고 있어 인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월역은 경산지역 9개 대학생들이 하루 평균 4천500명 넘게 이용할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다.

하지만 종점역인 사월역은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발전속도를 보이고 있다.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는데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경산지역에 상권을 빼앗겨 돈과 사람이 몰리지 않고 있는 것. 경산지역 대학생들 역시 이곳 상권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신매역은 사월역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주변 아파트와 상권이 정착된데다 개발도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들어섰기 때문.

김태환 고산 1동장은 "서서히 발전하고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개발속도가 느린 것 같다"며 "사월·신매역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 특성화된 요식업과 넓은 주차장 확보 등 주변 인구를 유인할 방안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월·신매역 인근에는 이미 시지1차 태왕하이츠, 보성타운, 삼두아파트, 효성 주상복합아파트, 화성 파크드림, 한라 하우젠트, 대우 푸르지오 등 1만여세대가 입주해있다. 사월역 인근 우방 유쉘은 공사가 현재 중단됐지만, 완공시점쯤이면 인구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논밭이 아파트 단지로, 안심·각산역

각산역 남쪽 신서동과 안심역 남쪽 괴전동 일부는 지하철 개통 이전 '허허벌판'이었다. 현재는 아름다운나날, 롯데캐슬, 신일해피트리, 대경넥스빌, 상록아파트 등 대규모 택지로 개발됐다.

땅값도 상당폭 올랐다. 박정만(49) 신대진공인중개사 대표는 "지하철 개통 전 안심역 주변 땅은 평당 100만원 미만이었는데, 개통 이후 500만~600만원으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조희백 동구 안심3·4동 총괄주무도 "지하철 개통 이후 대단지 아파트와 대형 할인점이 속속 들어오면서 안심역과 각산역 주변 일대가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고 했다. 특히 안심역의 경우 경산 하양 등지 대학교로 통학하는 학생 및 영천지역민들에 대한 환승기능을 하면서 지하철 이용승객도 크게 늘었다.

안심역과 각산역을 포괄하는 안심3·4동의 인구도 지하철 개통 전해인 97년 2만4천56명에서 2009년 8월 현재 4만4천129명으로 크게 늘어, 인구 감소 추세인 대구 전체 양상과는 달랐다. 병·의원 수도 10개에서 44개로 늘었다. 지하철 개통으로 전통적인 도농복합지역에서 도시화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신도시로의 변모, 대곡·진천역

지하철 개통 이후 진천동과 대천동 경계의 영세 섬유 수공업지역에 대형 할인점과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도로망이 확충돼 '월배신도시'가 형성됐다. 또 2007년과 지난해 초 대곡역 인근에 유천포스코 더 #, 화성파크드림, 달성래미안, 달성파밀리에, 한라하우젠트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화성파크드림 2차는 현재 신축 중이다. 금융기관과 병·의원 등도 잇따라 들어서면서 지하철 역세권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권순홍 진천동장은 "지하철 개통 이후 대곡역, 진천역, 월배역 등지를 중심으로 대단위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서고, 도로망이 확충돼 신도시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개통 전인 2001년 말과 2007년 말을 비교해 볼 때 경로당은 24개에서 31개로, 병·의원 수는 29개에서 44개로, 아파트 동수는 67개동에서 123개동으로 각각 크게 늘었다. 신축 아파트와 상가, 대구수목원 등지의 영향으로 일대 지하철 승객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대곡·진천역과 월배역 일부지역을 포괄하는 진천동의 인구도 크게 늘었다. 2001년 말 진천동 인구는 4만865명이었으나, 2009년 8월 현재 5만2천85명으로 증가했다.

글·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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