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도시대학

입력 2009-08-27 11:18:36

최근 10년 사이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 지방자치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관 주도에서 주민 주도 혹은 주민 참여 형태로 진전되고 있다. 방식 역시 부수고 새로 짓는 형태가 아니라 기존의 생활환경을 정비하고 개선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행정기관과 주민들뿐만 아니라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참여도 왕성해 성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대구 삼덕동의 담장 허물기는 주민 참여형 마을 만들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운동가들이 주민들을 설득해 담장을 하나씩 허물어 가며 초록화실, 녹색가게, 인형극, 병뚜껑 벽화 등을 통해 마을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다. 서울 용두동 꽃길골목의 경우 꽃 가꾸기를 좋아하는 한 주민이 집 앞에 화분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골목 전체가 꽃길로 꾸며졌다. 이런 시도는 지난 10년 사이 전국 수백 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패러다임 변화가 사회 전역으로 확산돼 뿌리를 내리기에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대부분의 정책들이 주민 참여라는 명분을 내걸지만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속속들이 반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행정기관들은 주민들이 정책에 깊숙이 참여하는 걸 꺼리는 행태가 여전하다.

다음달 5일부터 시작하는 대경권 도시대학에 눈길이 간다. 도시대학은 도시계획 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학습 프로그램이다. 자기가 사는 도시와 마을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스스로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도시계획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내용이다.

대구에서는 올 초 중구청과 대구대가 함께 도시대학을 운영해 주민들뿐만 아니라 구의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계획보다 3배 이상 참여하는 인기를 끌었다. 이번 대경권 도시대학도 모집에 들어가자마자 인원이 찼다고 한다. 대구 중구와 남구, 수성구와 동구, 포항시 등 여러 지역에서 팀을 만들어 참여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도시대학 운영진이 현안 발굴, 해결책 모색, 중앙'지방정부 예산 신청, 사업 수행 등 일련의 프로세스 수행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오는 10월 말 교육이 끝나면 괜찮은 지역 단위 프로젝트들이 여럿 나올 것 같다. 더불어 도시계획과 마을 만들기에 높은 이해와 역량을 갖춘 시민들이 많아지는 점도 좋은 일이다.

김재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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