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한 일간지에 "3주 후면 간도는 영원히 남의 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필자의 항의로 인터넷 판에는 제목이 바뀌었다) 기사는 국제관례와 국제법을 들먹이며 "2009년 9월 4일이 지나면 우리가 아무리 '간도는 우리 땅' '간도협약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해도 소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정부는 간도협약 100년이 되는 9월 4일 이전에 중국에 대해 공식적으로 간도 영유권 주장을 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또 다른 신문은 '간도반환 소송 가능 시한 3주밖에 안 남아, 재미동포 피맺힌 절규'라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최근 이와 유사한 보도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누리꾼들의 간도 이슈화도 폭발적이며, 한때 인기 검색어 2위까지 올랐다. 간도되찾기 운동본부의 사이트가 접속 폭주로 마비되기도 했다.
간도 영유권에 대한 이른바 '100년 시효설'에 관한 것이다. 1909년 9월 4일 일본이 불법적으로 간도협약을 체결하여 간도를 중국에 넘겨준 후 지금까지 100년간 중국이 간도를 실효적으로 지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간도는 국제법적으로 완전히 중국 땅이 된다는 내용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들 기사의 내용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사실이 아니다. 국제법상 영유권의 시효에 대해서는 확립된 규칙이 없다는 것이 국제법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설사 국제법에서 시효가 인정된다고 해도 영토 취득에 대한 시효 완성의 요건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100년 시효설이 성립한다면, 약 3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인도는 영국 땅이 되어 있어야 한다. 간도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영국은 99년간 조차하고 있던 홍콩을 1997년 중국에 반환했으나, 1년 만 더 버텼다면 홍콩은 완전히 영국의 것이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100년 동안 간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했어도 국제법적으로 간도가 중국 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배 기간이 길어지면 최초의 불법성 내지는 하자가 사후적으로 보정된다는 응고이론이나 현상유지를 중시하는 현대 국제법의 흐름 등의 측면에서는 중국의 간도에 대한 권원(title)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한국의 영유권 주장이 약화될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복해서 이야기하면 그렇다고 간도가 중국 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100년 시효설'은 1997년 백산학회의 토론회에서 김명기 교수(당시 천안대 석좌교수)의 발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백산학회에서는 간도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김명기 교수 발언을 자의적으로 원용하여 100년 시효설을 유포시켰다. 2004년 국회에서 '간도협약의 원천적 무효 확인에 관한 결의안'이 제출되면서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100년 시효설이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정설처럼 굳어졌다. 그 연장선상에서 독도도 앞으로 약 40년만 더 버티면 일본은 절대로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낭만적인 주장도 나왔다. 1966년 창립 이래 간도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백산학회가 100년 시효설을 유포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그것이 간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역할은 인정해야 한다.
그 후 올 4월 백산학회 및 간도되찾기운동본부는 2008년 세계지역학회에서, 정부에 간도 영유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국민들에게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100년 시효설'을 유포시켰으나 이제 와서 보니 오류였다고 고백했다.
지금부터 열흘 안에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해 간도 영유권을 제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100년 시효설을 계속 주장하면 9월 4일 이후 우리는 간도를 중국에 고스란히 내주어야 한다. 간도를 되찾기 위해 주창한 100년 시효설이 간도를 중국에 넘겨주는 가장 완벽한 논리가 되어버린다. 조선 왕조를 보존하기위 해 합방을 해야 한다는 이완용의 논리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어버린 것과 같다. 중국이 가장 바라고 있는 시나리오이다. 간도협약 100주년에 대한 한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열흘 남짓 만 잘 버티면 되는 것이다.
간도협약 체결 100주년을 맞아 우리는 간도문제를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100년 시효설'과 같은 자가 당착적이고 근시안적인 주장과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장 간도를 되찾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남의 땅이라고 포기해서도 안 되며, "간도는 우리 땅"이라 외치기만 해도 실익이 없다. 무턱대고 외치는 영유권 주장은 그곳에 살고 있는 약 90만 명에 달하는 우리 동포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사람이 사는 땅이기 때문에 그곳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더구나 그들은 우리 동포들이다. 한'중 양국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의 3자가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그곳을 우리 땅으로 할 수 있게 자료와 논리를 계속 강화해야 한다. 더 이상 간도문제를 선정적이고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이성환 계명대 국제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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