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생각] '사랑 그리고 감동'의 교육법

입력 2009-08-25 07:47:06

'풍요로운 가을, 넉넉함이 함께하는 OOO 문화센터'

신문 4개면 분량의 컬러판 전단지가 현관문에 붙어 있어 정보를 얻을까하고 챙겼다. 1면 왼쪽 상단엔 컬러믹스로 만든 4명의 가족이 악기를 하나씩 들고 연주하는 모습을 담아 놨다. 그 옆에 개 한 마리가 자신도 동참하고 있다는 듯 앞다리를 들고 있다.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누구나 바라는 이상형의 가족상이다.

문화센터 프로그램은 다양했다. 성인대상으로 외국어, 커피 바리스타, 형상사주학, 댄스, 요리, 미술 등이 소개돼 있다. 유아 및 초등학생 대상의 강좌 종류도 많다. 동화구연, 종이접기, 댄스, 수학, 과학, 역사. 글쓰기. 영어, 도예, 발레, 손글씨, 로봇 등. 미술에도 포스터 미술대회 준비반, 캐리커처반, 집중 미술반으로 나눠져 있다. 동화구연반에도 대회대비반과 발표력 자신감을 키우는 반으로 편성돼 있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을까 찾아봤지만 따로 없다. 오직 학업성적을 위해 공부에만 몰두해야하는 현실이 문화센터 일정에도 반영돼 있어 씁쓸했다.

문화센터 강좌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아기 강좌'다. 생후 2개월부터 40개월까지 단계별로 발달교육이 소개돼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시간표에는 5-Touch 오감발달 교육, 보고 느끼는 음악놀이, 룰루랄라 해피스쿨, 알콩달콩 상상미술, 레고 베이비짐 등으로 짜여있다. 전인적으로 키우고자하는 프로그램인데 필자의 느낌은 '아기와 엄마가 참 바쁘고 힘들겠구나'였다. 유치원 때부터 자유로움이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 생후 2개월부터라고 주장하면 세대차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 소감은 그러하다.

필자의 둘째 아이가 고 3이다. 20년 자녀 교육 경험을 통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묻는다면 '사랑 그리고 감동/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하겠다. 사랑이 담긴 말과 눈길, 따스한 손길과 한 발 물러서서 보여주는 감동만큼 좋은 교육법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다. 똑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떠했을까 입장 바꿔 생각하니 아이의 마음을 읽게 되었고 갈등의 폭이 좁아졌다. 부모들은 자식이 남다르게 뛰어나길 바라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투자 했으니 결과를 기대한다. 시간을 투자했으니 경험하지 않은 이들과 분명 다르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만으로 부모는 성에 차지 않다. 어느 대상과 비교를 하고 자식을 닦달한다. 몰아세우기식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더 분발하게 만들고 덤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게 된다.

배움의 기회가 많은 요즘, 무엇을 배우게 해주는 것이 부모로서 역할을 다 한 것이라는 자식교육관은 자칫 의욕상실로 이어진다. 아기의 인생이 풍요로운 가을이 되기 위해서는 생후 2개월부터 도구의 교육보다 아기에게 엄마의 사랑이 담긴 말과 따스한 가슴팍이 더 좋은 교육방법이라고 감히 말한다. 그렇게 성장한 자녀는 가정의 아름다운 선율을 안겨 줄 것이다.

장남희(운암고 3년 임유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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