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도 기억하시는지요? '아버님 전상서'라는 잔잔한 감동의 TV 드라마를. 극 아버지는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님 앞으로 일기를 편지처럼 써 올리면서 하루를 마감하던 그런 내용이었지요. 늘 돌아가신 당신 어머님을 기억하며 제사 때엔 그분과의 추억을 제문 대신 읽으면서 그리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목이 잠기시던 아버님과도 참 많이 닮으셨지요. 며칠 전 팔순을 지낸 아버님께 감사한 마음과 송구한 마음으로 이렇게 편지를 올립니다.
아버님을 생각하면 흰 종이에 가득 적혀 있던 달필의 글씨체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글쓰기를 유달리 좋아하셨지요. 가족들과 다정다감하게 일상 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누시기보다는, 달력 뒷장이나 이면지를 묶어두셨다가 무엇이든 당신 마음에 감동을 주는 내용이나 여행 후기, 산문시를 적어두었고, 새사람을 맞이하게 되는 자손들에게 축하나 당부의 말씀도 편지로 써 주셨지요.
10년 전 칠순 잔치 때에는 평소에 써두신 글을 모아서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 모두 힘을 보태어 컴퓨터로 치고, 교정보고, 출판해서 책이 나왔을 때 참으로 좋아하시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제가 미국에 잠시 있을 때 아버님께 올린 편지도 고이 간직하셨다가 아버님 글 사이에 실어주셨지요. 무심하고 애정 표현이 없다고 서운해 하시는 어머님을 향해 '나의 내자에 대한 특별한 감정'으로 사랑 고백을 한 내용도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답니다. 참석한 많은 손님들께 책을 돌리며 흐뭇해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이번 팔순엔 7남매 맏이로 형제들 모이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시던 아버님을 위해 작은아버님들, 고모님들 모시고 버스 대절해서 가까운 곳에 하루 야유회라도 가려고 계획을 잡았었는데 조촐한 가족 식사로 대신해야 했으니 10년이란 세월이 그렇게나 긴 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고 나가서 식사하시기도 어려워졌으니 좋은 음식, 화려한 상차림도 이전에 더 자주 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앞섭니다.
평생을 아버님 곁에서 따뜻한 잡곡밥에 나물 반찬 많은 웰빙 식탁을 차려주신 장금이 어머님께 병 수발까지 하게 해서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씀 더 자주해 주시고, 아버님 걱정에 책임감이 무거운 아들 더 환히 맞아주시고, 손자 손녀 더 자주 통화하시면서, 아버님, 이젠 글로 말고 말씀으로 애정표현 더 많이 해 주세요. 사랑 많이 받은 외며느리도 더 자주 찾아뵙고 아버님 사랑 더 많이 받을까 합니다.
대구가톨릭대 외국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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