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기 위한 그녀들의 광기어린 선택
공포영화라면 무서워야 한다. 그런데 무섭지 않고 불쾌하다면 이건 좀 문제가 심각하다. 기분 나쁜 건 공포라고 말하지 않는다. 20일 개봉한 영화 '요가학원'은 관객들의 허를 보기 좋게 찔러버렸다. "아, 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객석에 불이 확 켜지는 순간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관객들(대부분이 20대 여성) 얼굴에선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래도 여름인데, 국산 공포영화 한편 쯤…' 하는 기대는 '역시 국산 공포영화는…' 이라는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유진, 박한별의 늘씬한 '기럭지'를 보고 있어도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불길한 '요가 학원', 피칠갑한 미녀들
'요가 학원'은 영리하게 타깃을 정한 듯했다. 주제는 미(美)고, 소재는 요가. 10대, 20대 여성들의 가장 관심사가 아닌가. '요가 학원'이 최근 한 영화 사이트 조사에서 예매 순위 3위로 데뷔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거기에 미녀 배우들이 겁에 질려 꺅꺅거린다니 호기심이 마구 솟구치지 않는가 말이다. 후줄근한 아저씨 관객으로서 여배우들께 미안함과 감독님께 감사함을 느끼며 영화에 임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미안해야 할 쪽은 내가 아니라 그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효정(유진)은 홈쇼핑 쇼 호스트. 한때 잘나가던 그녀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건방진 후배 쇼 호스트의 등장으로 직장에서 잘릴 위기에 처한다.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효정 앞에 학창 시절 왕따였던 선화(이영진)가 등장한다. 효정은 '넌 너무 가난해서 싫다'며 모멸차게 그녀를 버린 적이 있다. 그런 선화는 이제 한눈에도 아름다운 미녀로 탈바꿈했다. 선화는 효정에게 은밀하게 요가 학원을 소개한다. 그곳에서 일 주일간의 심화 수련을 받고 나서 간미희 라는 원장을 만나면 완벽한 미(영화에선 '쿤달리니'라고 소개된다. 쿤달리니는 요가나 명상 등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완전한 각성으로 설정된다)를 얻을 수 있다고 속삭인다. 효정은 요가 학원에서 다른 네 명의 여자들을 만나고, 요가 마스터 나니(차수연)의 지도에 따라 심화 수련을 시작한다. '첫째 날', '둘째 날' 식으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요가 학원에 모인 인물들의 트라우마가 하나씩 들춰지고 금기를 어긴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등장인물들의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은 점차 광기로 돌변한다.
◆낡은 호러 장치, 난감한 전개
'요가 학원'에서 돋보이는 공포 장치라면 음향과 세트다. 요가를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저렇게 몸을 뒤틀다 어디 부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아슬아슬함. 영화에서는 '꽈드드득' 하는 관절 뒤틀리는 소리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휘어진 허리가 360도로 회전하는 모습이나, 목이 사정없이 꺾어져버리는 모습은 이런 불안감을 깨운다. 러닝타임 대부분의 무대가 되는 요가 학원도 공포감을 높인다. 폐쇄된 공간 속에서 수련생들이 무언가의 힘에 이끌려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알 수 없는 공포감의 정체가 하나 둘씩 밝혀지는 것은 공포영화의 오래된 플롯이다.
'요가 학원'은 두 개의 줄거리가 큰 기둥을 이루고 있다. 젊은 후배에 밀리지 않기 위해 외모를 가꿔야 하는 여자, 성형 부작용에 시달리는 여자,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여자 등이 절대미를 얻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이 하나. 또 하나는 '동시 녹음' 영화 제작 시대가 도래하면서 당대 최고의 여배우 자리에서 은막 뒤로 밀려나버린 '간미희'를 둘러싼 미스터리다.
그러나 후반부로 접어든 영화는 두 개의 줄거리 사이에서 갑자기 방향을 잃어 버린다. 간미희가 아름다움이라는 욕망을 미끼로 젊은 여성들의 목숨을 앗아버리는 동기가 분명치 않다. 영화 속에선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지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그녀가 죽었는지(즉 망령의 소행인지), 살았는지도 모호하다. 간미희의 원한이 자신을 홀대한 후배 여배우와 감독까지 죽여야 할 정도로 뿌리 깊은 것인지, 또 그녀를 숭배했던 나니마저 왜 사지가 꺾이는 처참한 죽음을 맞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현실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지막 유진의 절규 장면이 전혀 무섭거나 놀랍지 않은 것은 마치 마구 펼쳐놓은 이야기를 주체 못해 겨우 마무리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뼈가 탈구되는 듯한 기분 나쁜 분위기로 공포심을 유발하던 영화는 불쾌감만 가득 남긴채 서둘러 막을 내린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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