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취미 있어요]색소폰 마니아 김규백씨

입력 2009-08-20 15:11:15

"색소폰은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하고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합니다."

짙은 호소력으로 심금을 울리는 색소폰의 매력에 흠뻑 빠진 김규백(52'자영업)씨는 오늘도 색소폰을 손에 잡는다. 장례식장을 운영했던 김씨는 발인이나 하관 때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해보려는 생각에서 색소폰을 접한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취미로 색소폰을 잡았지만 장례식에서 이벤트로 주력해볼 생각이었다고 한다.

군악대의 장엄한 트럼펫 소리를 들으며 장례식장에도 발상의 전환을 해보고 싶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색소폰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은 것은 물론이고 개인연습실을 만들어 남들보다 열정적으로 연습에 몰두했다. 하루 6시간 이상은 보통이고, 자정 넘어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로지 색소폰에만 매달렸다.

"색소폰을 불면 침이 많이 나옵니다. 색소폰 유자관에 고인 침을 버리다가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는 연습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아랫입술을 깨물어 피가 나는 줄도 몰랐다고 입문 초기의 에피소드를 말했다.

"처음 배울 때는 입모양이 중요합니다. 물론 연습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향상됩니다. 특히 색소폰의 경우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며 매일 정진해야 입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복식호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짧게, 내쉴 때는 길게 호흡하는 법을 숙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복식호흡을 계속하다보니 복부비만이 저절로 개선되는 덤까지 얻을 수 있었고 음주나 다른 잡기를 자연히 멀리하게 돼 시간활용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점까지 얻었다며 예찬론을 펼친다.

그는 색소폰은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이지만 주위의 사람들도 배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멋지게 불면 아름다운 선율이 되지만 잘 불지 않으면 소음이 돼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충고했다. 그래서 처음 색소폰에 입문하는 사람은 학원이나 동호회에 가입해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입문 때는 150만원 정도 가격의 색소폰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며 수준이 높아지면 300만원 이상 하는 고가의 색소폰도 고려해볼 만하다.

"경상도 남자들은 대개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을 잘 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내에게 노래 가삿말을 빌려 간접적으로 사랑 표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란 곡을 연주해줬더니 아내가 무척 감동했습니다." 그는 색소폰이 가족간의 사랑과 화목을 다질 수 있는 소통의 도구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색소폰은 타인에게 봉사를 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줬다. 예전에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뚜렷한 특기가 없어 망설였지만 지금은 색소폰을 들고 당당하게 연주하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매월 두 차례 정도 요양원을 찾아 환우들을 위해 색소폰을 연주하며, 병마의 고통을 달래준다. 취미로 시작한 색소폰이 봉사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예인색소폰동호회 회장 및 킴스색소폰오케스트라 단장도 맡고 있는 그는 색소폰을 통해 대인관계의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다양한 계층의 동호인을 접하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40명 규모의 색소폰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수준 높은 연주를 지역민들에게 보여줄 계획입니다. 특히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교화 위문공연을 할 생각도 있습니다."

그에게 색소폰은 단순한 취미생활의 도구가 아니라 그늘진 곳에 희망을 전하는 파랑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