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고난과 극복의 상징인 한 지도자의 소천(召天)하심에 안타까움과 슬픔에 빠져 있다. 이 분의 삶을 살펴 보노라면 필자는 예술적 용어의 관점에서 '승화'란 단어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그분의 삶은 흔히 추운 겨울을 이기며 꽃을 피우는 '인동초'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고난의 여정을 거치면서도 본질이 변치 않았던 그분의 삶이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그 분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큰 의미를 던져준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삶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한 계기를 부여하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지 이번 한 주간은 공연계에도 국장이든 국민장이든 국민들의 뜻이 담긴 국가적 장례 기간인 만큼 다소 공연장 분위기에도 변화가 없을 수 없는 기간이 아닐까 싶다.
우리 민족 정서를 대변하는 용어 중에서도 대표성을 가지는 한 글자 단어를 말해보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당연히 '한'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우리 전통 음악에 있어서 가야금과 거문고를 비롯한 현악기들과 대금, 피리 등 국악기들은 어쩌면 우리 정서의 중심에 있는 한을 풀어내는 소리 기계가 아닌가 싶다. 특히 엄숙함을 배제할 수 없는 국민적 장례 기간을 끼고 앞으로 2주간 동안은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기획 공연(?)보다는 공연장을 방문하더라도 좀 차분하면서도 의미있는 음악회를 접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법하다. 그래서 우리의 한스런 정서를 희망적인 소리로 승화시켜 내는 일에 60여년간 음악적 열정을 쏟으신 한 원로 음악인의 발표회를 먼저 소개할까 한다.
28일(금) 봉산문화회관이 주최하는 황병기 초청 국악 공연 '오동천년, 탄금60년'. 황병기 선생의 발표회는 국악기인 가야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선생의 음악을 단순히 '국악'이라고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선생의 음악은 가야금으로 노래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이며, 희망으로 풀어내는 삶의 고백이다. 그래서 간혹은 음악보다도 더 구수한 것이 인생의 경험담을 곁들인 선생의 강의이기도 하다. 가야금을 이용한 많은 현대적인 연주법의 개발, 작곡가로서 다양한 악기들을 위한 창작 작품을 작곡하여 발표하였으며, 워싱턴 대학교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도사였고, 남북의 문화교류 등 여러 의미있는 일을 위한 음악 인생이 60년을 지나 달려가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선생과 이미경, 김웅식, 황숙경, 오경자, 박경민 등의 연주자들이 협연을 한다. 칠순 원로의 음악 이야기를 무대에서 직접 접하게 되는 일은 즐거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필자의 입장에서 이런 음악회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미리 알 필요도 없고, 단지 그의 음악을 대하게 되는 것 그 자체로서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문의:053-661-3081~2)
그리고 또 한 연주회는 장애 극복의 대명사로 알려진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피아노 독주회'-23일(일), 대구시민회관. 그녀는 한 손에 두 개씩 네 개의 손가락을 가졌으며, 허벅지 아래 부분의 다리가 없다. 이미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져 있어서 이미 대학생이 된 그녀를 다시 소개할 필요도 없다. '극복'과 '승화'란 단어를 음미하면서 우리들은 음악을 중심에 두고 삶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또 한 사람과 마주하는 기쁨을 누릴 뿐이다.(문의:1566-9786)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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