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m허들 이정준 등 기대주들 줄줄이 탈락

입력 2009-08-20 08:52:42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한국 육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 육상은 2011 대회에 앞서 2009 독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내에 육상 붐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세웠지만 대회 5일째인 19일(현지 시간)까지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역대 최대 선수단인 19명을 파견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 앞서 일부 선수들은 개별 전지훈련을 보냈고, 그 외 58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6월부터 이번 대회 직전까지 유럽 등지에 보내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나 대회가 중반을 지나는 지금까지 전지훈련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자칫 2011 대회가 '남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대를 모았던 남자 110m 허들의 이정준(25·안양시청)은 19일 오후에 열린 예선에서 13초83에 그쳐 탈락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13초53에도 한참 뒤진 기록이다. 이정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올림픽센터에서 선진 기술 연마에 힘을 쏟아 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같은 종목의 박태경(29·경찰대)도 예선 4조에서 13초93으로 7위에 그쳐 예선 탈락했다.

앞서 남자 도약 종목의 희망 김덕현(24·광주시청)은 남자 세단뛰기 예선에서 16m58을 넘는 데 그쳐 전체 24위로 12명이 오르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개인 최고인 17m10에도 훨씬 못 미쳤다. 특히 이 종목은 2년 전 오사카 대회에서 결선에 올랐던 종목이어서 아쉬움이 더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임은지(20·부산 연제구청)도 예선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4m35)에 못 미치는 4m25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지난달 10일부터 이탈리아의 포미아에서 개인 전지훈련을 소화했지만 실전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 또 남자 경보 20km에 출전한 박칠성(27), 김현섭(24·이상 삼성전자), 변영준(25·울산시청)은 참가 선수 50명(기권 및 실격 5명) 중 각각 25위, 34위, 43위에 머물렀다.

기대를 걸었던 선수들이 줄줄이 예선 탈락에 그치자 대한육상경기연맹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2011 대회를 겨냥해 육상 붐 조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에 그칠 경우 육상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오동진 대한육련 회장이 이번 대회가 끝난 뒤 선수 지도와 육성 등 현행 체제에 대수술을 하겠다는 계획을 서둘러 밝힌 것도 이같은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은 20일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김유석(27·대구시청)이 출전하고, 21일에는 남자 멀리뛰기의 김덕현과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27·안동시청), 남자 창던지기의 박재명(28·대구시청), 정상진(25·안산시청)이 나선다. 22일에는 남자 마라톤의 지영준(28·경찰대), 이명승(30·삼성전자) 등이 경기를 치른다. 23일에는 여자 마라톤의 이선영(25·안동시청)과 윤선숙(36·강원도청) 등이 출전한다.

베를린에서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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