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달간 '제1회 소극장 있다' 페스티벌
대구 연극계는 최근 3, 4년간 괄목할만한 외형적 변화를 겪었다. '1극단 1소극장'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극단 사무실 겸 연습실 공간이 있었을 뿐 별도의 공연장을 찾아다녀야 했다. 이 때문에 연습 공간과 동시에 무대로도 활용할 수 있는 소극장의 확산은 큰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연극계는 여전히 고단하다. 공연계의 주류가 대형 자본이 투자되는 뮤지컬 위주로 생산'소비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 것처럼 보인다. 배우 기근 현상은 여전하고, 공연계 불황에 극장 월세 대기도 벅차다는 하소연이 진작부터 나오고 있다. 이런 위기감에 공감한 소극장들이 처음으로 뭉친다.
대구소공연장연합회는 9월 한 달간 '제1회 소극장(小劇場) 있다'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상원 연합회장(극단 '뉴컴퍼니' 대표)은 "관객들이 소극장 공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며 "소극장 작품의 색깔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어찌 보면 '소극장(도) 있다'고 부르짖어야 할 만큼 절박한 연극계의 현실이 이번 페스티벌의 출발이다.
축제 기간 동안 5개 소극장에서 6개 작품을 선보인다. 뉴컴퍼니 소극장에서는 '만화방 미숙이'를 공연한다. 한 물간 동네 만화방을 무대로 홀로 삼남매를 키워 온 장봉구와 주변 인물들의 좌충우돌하는 이야기가 따뜻한 가족애와 향수를 자극한다.
빈티지 소극장에서는 연극 '북경 반점'을 통해 중국 음식점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불변성을 풍자한다. 권위적인 사장에 대항한 사모님과 주방장, 배달원은 복권 대박을 터뜨려 북경 호텔을 짓지만 계급은 변하지 않는다.
우전 소극장에서는 무기력한 월급쟁이, 발기부전에 걸린 남자, 유년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남자 등 3명의 기이한 만남을 그린 '발칙한 놈들'을 올린다.
예술극장 온에서는 한때 엄청난 스타였지만 사고로 불구가 된 언니와 언니의 그늘에서 질투와 시기심에 시달리는 여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를 공연한다.
한울림 소극장에서는 이혼한 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모시면서 살아가는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기막힌 소동을 다룬 '쌩쑈'와 할리우드의 유명 프로듀서와 옛 애인의 재회, 결혼식 날 외동딸과 그 부모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플라자 호텔'을 차례로 선보인다.
소극장을 운영하는 극단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공연 산업 콘텐츠를 위한 소극장의 역할'이라는 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대공연장 위주의 상업 공연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소극장의 자생적 기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의 논의를 통해 소극장의 활로를 모색한다.
이상원 연합회장은 "소극장 관람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관객은 소극장만의 매력에 푹 빠진다"며 "이번 축제 동안에는 보다 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패키지로 공연을 묶어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소극장 페스티벌 일정
극장 참가극단 일정 공연명 연락처
뉴컴퍼니소극장 뉴컴퍼니 9/2~30일 평일 오후 7시 30분/토요일 오후 4시, 7시 30분, 일요일 오후 6시 만화방 미숙이 053)290-9507
빈티지소극장 이송희 레퍼터리 9/15~30일 평일 오후 7시 30분/토요일 오후 4,7시/일요일 오후 4시 북경반점 053)626-2216
우전소극장 예술기획온 9/9~27일 평일 오후 8시/토요일 오후 3, 6시/일요일 오후 6시 발칙한 놈들 053)424-8340
예술극장온 극단온누리 9/23~26일 매일 오후 8시 그 자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나 053)424-8347
한울림소극장 극단마루 9/2~6일 평일 오후 8시/토요일 오후 4,7시/일요일 오후 4시 쌩 쇼 010-9388-0530
극단고도 9/10~13일 평일 오후 8시/토'일요일 오후 7시 플라자 호텔 053)427-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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