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야스쿠니

입력 2009-08-15 07:00:00

야스쿠니(靖國'정국)는 '평안한 나라'라는 뜻이다. 일본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을 제사 지내는 곳으로 건립된 야스쿠니 神社(신사)는 이름과는 달리 평안한 곳이 아니다. 태평양전쟁을 비롯한 각종 전쟁 때마다 '천황' 숭배와 군국주의를 국민들에게 침투시키고 젊은이들을 침략 전쟁에서 죽음으로 내모는 데 중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1978년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공식 참배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국제적인 논란의 장이 됐다.

해마다 8월 15일이 되면 신사 광장은 참배하는 사람들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로 온통 떠들썩해진다. 군복 차림에 검까지 찬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는 한편에는 "일본군 위안부, 난징대학살, 야스쿠니 문제는 일본을 괴롭히는 3대 암"이라고 외치는 모습까지 벌어진다.

이에 맞서 한국 대만 오키나와 인들이 함께하는 평화의 촛불 행진이 펼쳐지고 "죽어서까지 유린당할 수는 없다"며 야스쿠니 합사를 취하해 달라고 울부짖는 아시아 각국 유족들의 분노도 거세진다.

야스쿠니의 밀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는가?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군 장교들이 벌인, 참혹하기 그지없는 포로 100명 베기 경기에 사용됐던 야스쿠니刀(도)가 아직도 제작되는 장면을 카메라는 보여준다. 1933년부터 12년 동안 8천100자루가 만들어져 아시아 각국에서의 학살에 사용된 야스쿠니도의 장인인 92세 노인 가리야 나오하루는 "야스쿠니도가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침묵하지만 그가 틀어준 음악 테이프에서는 히로히토 일왕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에 사는 중국인 감독 리잉이 10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2007년 완성한 영화 '야스쿠니'는 선댄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에 공식 초청됐고 홍콩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본에서는 우익단체들의 상영 방해와 살해 협박, 야스쿠니 신사 측의 반발 속에 지난해 5월 개봉하자마자 3일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전국으로 확대 개봉됐다.

그 '야스쿠니'가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연에 이어 이달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개봉됐다. 광복절을 맞아 볼 만한 영화다.

이상훈 북부지역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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