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 좋은 부부, 얼굴도 마음도 쏙∼ 닮아간다

입력 2009-08-15 07:00:00

부부는 100% 닮아갈까? 99% 맞는 결론이다. 은혼식(銀婚式, 결혼 25주년)을 넘기며 서로 존중하며 사는 부부라면 더 확신할 수 있다. 함께 먹고, 자고, 웃고, 울고 하는데 안 닮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

성선설(性善說) 쪽이라도, 성악설(性惡說) 쪽이라도 좋다. 갈수록 닮아가는 금슬 좋은 부부라면 변화의 방향도 분명히 성선설 쪽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서로의 단점을 고쳐가며 분명 상대방이 이끄는 좋은 방향으로 인생항해를 하고 있음이 분명할 것.

이런 테마를 갖고 취재팀에서 현재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되는 다섯 부부를 심층 취재해 본 결과 30, 40년을 같이 산 두 부부는 분명 닮아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은혼식을 올리지 않은 세 부부에 대해서는 6면에서 '부부 닮아가나, 닮은 꼴 부부되나'란 주제로 쟁점을 다룬다.

오누이 같은 외모, 언제봐도 푸근한 인상, 함께 있어서 더 완성된 얼굴인 부부를 만나보자. 그냥 보고 있어도 그들 부부의 자녀뿐 아니라 주변 이웃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모범답안처럼 사는 두 부부를 통해 왜 부부가 닮아가는지를 살펴본다.

◆결혼 40년차 박병훈(73)·지관옥(66) 부부

앞으로 10년 뒤면 금혼식(金婚式, 결혼 50주년)이다. 아마도 다아이몬드식(결혼 60주년)까지도 바라볼 것 같았다. 한결같이 살아온 40년이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올해 40주년을 기념해 다시 결혼 웨딩사진을 찍었다. 얼핏 봐도 닮은꼴 환상 부부였다. 다시 신혼으로 돌아가버렸다. 사진관에서 보내온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며 어떤 사진을 액자로 만들지 선택하는 모습은 아주 '천진한 새내기 부부'의 모습이다.

연애기간 포함해 42년 동안 서로 언성을 높이거나 상대를 욕한 법이 없었다. 항상 존중해주고 서로 칭찬하는 탓에 부부간에 화병이 생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그래서 서로 천생연분이라 여기고 있다. 이 온화한 기운은 자녀와 부모들에게 퍼졌다. 2남1녀 모두 잘 자랐으며, 둘째 아들은 한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부인은 남편의 어머니를 두말 없이 잘 모신 덕택에 시어머니는 100살에서 1살이 모자라는 백수(白壽)까지 사시다 돌아가셨다. 남편은 항상 부인에게 '우리 어머니 성격 괴팍한데 당신은 정말 천사야'라며 특유의 칭찬법으로 정신적 피로감을 사라지게 해줬다. 2004년에는 부인이 늦깎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쳐서 합격한 뒤, 2006년엔 영진전문대 e-business학과 학사모를 쓰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약전골목 동성로 쪽 입구에 위치한 본초당 한약방을 운영하는 이 부부는 평생 살면서 딱 한 달 떨어져 살았다.

남편의 중국 출장 때문. 그 때도 서로 그리워 편지까지 주고 받았다하니 가히 잉꼬부부라 할 만하다.

결혼 초기엔 종교로 인한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푸는 방법도 '열린 마음'이 정답이었다. 아내는 안식일교회, 남편은 장로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10년 동안 서로의 교회를 다니며 토론해 결국 남편이 다니는 교회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함께 토론하며 서로 잘못된 점을 얘기하되, 절대 서로 욕하고 비난하는 법은 없었던 탓에 이 10년은 서로의 종교관, 사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둘은 얼굴 외모뿐 아니라 피부색까지 중간지대로 닮아가고 있었다. 남편은 흑인처럼 검은빛이었으나 다소 희게, 아내는 객관적으로봐도 백설공주처럼 하얀 피부를 탈피해 남편 피부색을 다소 닮아가고 있었다. 웃을 때나 삐졌을 때 모습, 여러 가지 행동의 패턴 등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서로 닮아있다.

이들은 "우리 부부가 꼭 살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다시 태어나도 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아끼고 존중하면 자연히 닮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결혼 37년차 김복윤·김명희 부부(62.동갑).

▷외모가 닮아야 끌리는 건 아니다.

196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8년부터 연애를 시작한 부부는 처음부터 서로 닮았다는 생각을 눈곱만치 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인 1964년부터 교회에 다니던 두 사람이 학생 주보를 만들며 가깝게 지냈지만 말이다.

김복윤씨에게 부인의 어떤 점이 끌렸냐고 하자 "평소 행동이 맘에 들었지 외모에서는 확 와닿는 게 없었다"고 했다. "저런 처자면 며느리 삼아도 되겠다는 모친의 말씀을 듣고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는 게 김씨의 말. 부인 김씨도 남편이 유심히 보기 시작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외모에서 서로가 크게 끌어당기는 건 없었던 셈.

닮은 사람끼리 부부의 연을 맺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김씨 부부는 서로 닮은 줄 몰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은 어땠을까. 부인 김씨의 회고는 두 사람의 생각과 달랐다. "당시 주변 사람들이 우리더러 많이 닮았다고 했었어요. 1974년쯤이었을 겁니다. 여느 때처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예배가 끝나고 교회 장로님께서 그러시더군요. 둘이 참 많이 닮았다고. 그냥 지나가는 말인가 싶었는데 그 뒤로도 여러 사람이 그러더군요. 그래서 닮았나보다 생각했지요."

▷닮는 부분, 그리고 닮을 수 없는 부분

이들 부부가 젊은 시절부터 현재까지 사진을 찍어 잘 보관해둔 덕분에 외모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함께 노래하는 사진이 많았다는 것. 공통의 취미가 있는지 물었더니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부인에게 운동도 많이 권했다는 남편 김씨가 내린 결론은 결국 '음식'. 같은 음식을 먹다보니 생활습관이 비슷해져 생김새도 닮아간 게 아니겠냐는 추론이었다. 실제로 이들 부부는 어느 한 쪽이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하면 나머지도 그 음식이 당긴다고 입을 모았다. 보신탕은 입에도 못대던 부인 김씨는 "요즘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라고 했다. 식성이 비슷해지면서 생김새도 닮아간다는 데 부인도 어느새 한 표를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닮아간 건 있다고 했다. 바로 '말투'였다. 어린 시절부터 양친이 장사를 하셔서 가게 일을 도와야했던 남편 김씨의 말투는 거칠기 짝이 없었다는 게 그의 회상이다. 반면 호랑이같은 친정아버지 밑에서 엄하게 자란 부인 김씨의 말투는 고분고분했다는 것. 이 때문에 남편 김씨는 "굳이 외모 때문이 아니라도 지금은 전화 목소리나 말투만으로도 사람들이 '누구의 남편이구나'하고 알아챈다"고 했다.

닮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색깔'이다. 푸른색 계통을 좋아하는 남편 김씨는 "옷을 사러 갈 때 약간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부인과 함께 쇼핑을 가거나 부인이 자신의 옷을 사올 경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부인이 좋아하는 색깔이 분홍색 계통으로 남자들이 소화하기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취재진이 이들 부부를 만난 날, 남편 김씨는 분홍색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오래된 부부의 철칙

나이가 들면 몸이 불편해져 서로의 생활에 크게 신경 안 쓴다지만 실제로 이 부부는 젊은 시절부터 서로에 대해 신뢰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크게 간섭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 그렇다고 금슬이 나쁜 건 아니다. 지금까지 각방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 서로 떨어져 자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니 말 다했다. 싸울 때도 바깥에 소리가 넘어가선 안 된다. 그날 다툰 것은 그날 풀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

무엇보다 싸울 일이 솔직히 많지 않다고 했다. 기독교 신앙이 생활의 일부인 이들 부부. 남편 김씨는 "매 끼니 때마다 식사 기도를 하면서 가족의 평안을 축복하는데 싸우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냐"고 했다. 그래서일까. 이들 부부는 "얼굴도 그렇고, 식성도 그렇지만 제일 많이 닮아버린 건 바로 '마음'"이라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본지 기획취재팀에서는 이번 주 지면에 소개된 5쌍의 부부 외에도 대구·경북에 살고 있는 '닮은 꼴 부부'를 찾습니다. 참여하실 분들은 함께 찍은 사진 1장 이상과 이름, 나이, 직업, 연락처와 함께 살아온 기간과 사연(A4 용지 한장 분량)을 적어 이달 말까지 jiny@msnet.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본지에서 선정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닮은 꼴 부부'로 뽑힌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리며, 사진과 글을 본지 홈페이지에 소개해드립니다. 접수된 파일은 개인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심사 이후 폐기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문의 053)251-17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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