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적십자병원 없애면 의료 취약층은

입력 2009-08-14 10:50:42

대한적십자사가 대구적십자병원을 폐원하고 해당 부지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폐원 문제는 대한적십자의 누적 적자가 1천100억 원이 넘어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7개 시민 단체로 구성된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는 "구호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적십자병원을 경영 논리로 폐원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반대했다. 대구적십자병원 노조는 "이미 직원을 반으로 줄였기 때문에 2명뿐인 의료진만 보강하면 적자 폭을 줄일 수 있고, 경쟁력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해방 전 문을 연 적십자 대구진료소가 출발이다. 60년이 넘는 역사지만 병원 간 치열한 경쟁으로 적자가 심해졌다. 직원과 의사 수를 줄이는 등 지속적으로 규모를 축소해 경영 합리화를 꾀했지만 현재 150억 원의 누적 적자와 함께 직원 임금도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병원을 경영 논리로만 존폐를 결정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주이용층이 저소득층과 쪽방 거주자,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 취약 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구적십자병원이 벌인 취약 계층 건강 검진, 보호자 없는 병실 운영,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 사업은 다른 의료기관이 감당 않는 분야들이다. 대책 없는 폐원은 이들을 의료 사각지대로 내모는 것과 같다.

일방적 폐원은 서민 보호라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 새 복지 정책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틀을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나서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구적십자병원 스스로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적자를 피할 수 없는 현재의 구조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우수 인력 확보와 과목별 특화,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대형 종합병원의 틈새를 메우는 전문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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