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펀펀야구] 참모장 같은 수석코치

입력 2009-08-13 08:47:18

주전급 선수의 부상은 리그 우승에 치명적인 장애물이다. 더구나 시즌 종반에 진갑용, 박진만, 양준혁, 오승환처럼 팀을 이끌어 나가는 베테랑 선수들의 결장은 대마가 몰려 생사가 위태위태한 바둑판이나 다름없다. 전력 손실로 풍전등화같은 요즘 삼성 라이온즈에서 가장 근심이 많은 사람은 누굴까? 우환 깃든 집에 말없는 가장보다 옆을 지키는 아내가 더 심란한 것처럼 바로 헤드코치다.

원래 헤드코치란 미국에서 야구 외의 스포츠 종목에서 감독을 의미하지만 일본프로야구의 수석코치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감독을 보필하는 코치 중의 으뜸코치를 일컫는 뜻이 되었다. 감독이 야전사령관이라면 코치는 참모인 것이며 헤드코치는 참모장인 셈. 그러나 군대처럼 다양한 세부 조직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부대장을 위한 참모장이란 제도가 필요하지만 야구의 조직은 규모면에서 군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참모장과 같은 헤드코치(수석코치)는 왜 필요한 것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지구상에서 한 팀이 연간 100경기 이상을 치르는 스포츠는 프로야구가 유일하다. 감독은 거의 매일 경기를 치르면서 3시간 이상을 아웃카운트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작전을 지시해야 한다. 수십명 선수의 심리와 몸 상태를 파악,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고 선수들과 함께 하는 수십명의 관계자도 통솔하며 보살펴야 한다. 까다롭고 성가신 미디어도 반갑게 상대하고 팬과 구단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전지훈련을 포함해 일년의 10개월 동안을 야구장과 버스, 숙소에서 지내야 하고 성적에 따라 노심초사하는 감독의 업무는 스트레스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의 이런 고된 생활을 견디기 위해서는 마음을 터놓고 지낼 사람이 필요하다.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앞으로의 일에 대해 함께 계획도 세우고 조언을 들으며 긴장을 풀 수 있는 사람,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가슴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감독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며 감독의 비중은 그만큼 크고 중요하다. 헤드코치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팀이 힘들 때 감독의 심기를 달래고 걱정을 나누며 비전을 제시해 내일을 도모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헤드코치는 팀내 돌아가는 상황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감독이 엄격한 아버지라면 헤드코치는 편안한 삼촌같은 존재로 선수들이 말못할 속사정을 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선수와 코치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또한 부상 등 유사시를 대비해 전문적인 영역에도 코치와 상의해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때때로 조언을 청하는 감독보다 더 많은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면 팀의 성공을 위해 진정한 조력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휼륭한 헤드코치는 표를 내지도 않지만 잠시도 쉬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해마다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힘을 모아 극복했던 비결은 충청도 출신의 무던한 한대화 수석코치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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