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대학 다니지 마라?

입력 2009-08-10 09:12:33

가계곤란자 장학금 비중 계속 감소…정부 저소득청 장학금도 절반 축소

가난한 대학생들의 학자금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다. 경기침체로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잡기 힘겨운 터에 정부와 대학당국은 무상장학금을 줄이거나 가계 곤란자 장학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대학은 가계곤란자 장학금을 줄이고...

대학생 김모(21)씨는 올 2학기는 휴학할 생각이다. 지난해에는 평균 학점 4.27의 고득점을 받아 교수 추천을 통해 30%의 장학금을 받았지만 올 1학기에는 그마저도 받지 못했다. 김씨는 "성적 장학금도 전액이 아니라 30%, 50% 장학금이 대다수"라며 "나머지 금액을 채우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하고, 그 시간만큼 공부에 소홀하다 보니 성적 장학금을 놓치게 됐다"고 했다.

신입생 모집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들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각종 장학금 제도를 경쟁적으로 신설하는 대신 가계 곤란자에게 지급하던 장학금을 줄이고 있다. 때문에 장학금이 반드시 필요한 가난한 대학생들은 점점 학교에서 멀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2007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일반 대학이 전액장학금을 가계 곤란자에게는 9.3% 지급했지만 성적 우수자에게는 이보다 5배 이상 많은 48.8%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침체로 등록금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전제 장학금 지급 규모 중 가계 곤란자에게 주는 장학금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 모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교마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각종 성적우수 장학제도를 늘리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상장학금을 절반으로 깎고...

부모 없이 동생과 단둘이 살고 있는 이모(고3)양은 요즘 대학진학을 놓고 고민이 많다. 올 초까지"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무상 지원받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입시 준비나 하라"는 격려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전액 대출을 받아야만 대학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 양은 "한 살 아래 동생도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해 대학 학비로 수천만원의 빚이 생긴다"며 "취업 후 갚으면 된다지만 액수가 너무 커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걱정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제공하던 연간 450만원의 무상장학금을 폐지하는, 대신 연간 200만원 가량의 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 초만 해도 2012년까지 연차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 전액 무상장학금 제도를 실시하겠다던 정부는 헛공약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새로운 대출 제도는 소득이 없으면 상환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도 적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과 시민단체들은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장학금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으로 생색을 내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는 "지금 돈을 빌려쓰고 나중에 취직하면 갚으라는 정부의 정책은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뒤늦게 '등록금 폭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저소득층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무상장학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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