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고기값이 급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우를 파는 식당, 정육점들은 최근 잇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다. 산지 소값도 가파른 오름세다.
지난해 이맘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때만해도 이런 상황이 올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수입산을 외면하고 한우를 선택하고 있다.
쇠고기 시장의 빗장을 연 것이 독이 아니라 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는 중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한우 고기값의 급등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소가 뜨다
대구시내 한 대형유통회사 매장. 지난 6일 기준으로 구이용 최고급육이라 할 수 있는 거세 한우 안심, 거세 한우 등심, 거세한우 채끝의 가격을 알아보자 kg당 10만원이었다.
지난 6월(7만5천원)과 비교하면 33.30%,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하면 26.6%나 올랐다.
그 다음 등급이라 할 수 있는 거세한우 우둔 설도, 목심, 앞다리, 사태는 kg당 3만8천원으로 지난 6월(2만5천원)과 비교했을 때만 봐도 52%나 급상승했다.
불과 몇달만에 한우 고기값이 급등한 것은 6월말부터 시작된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 때문이란 것이 유통업계 사람들의 설명이다. 이력추적시스템 적용 후 정육점, 식당 등에서 부위별로 이력 추적을 적용하다보니 자연스레 한우 구이 부위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상당수 점포들이 그동안 수입육이나 젖소 고기 등을 한우로 둔갑시켜 팔거나 섞어 팔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한우 고기 값이 오르다보니 산지 한우 가격도 급신장중이다.
농협에 따르면 6일 기준으로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한우값은 600kg 큰암소 기준으로 491만원이다. 지난해 이맘 때 가격(405만원)과 비교하면 22%나 올라갔다.
대구축협 한 관계자는 "한우 수요가 늘어나면서 산지 한우값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때만해도 한우 사육농가들의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한시름 놓는 축산농가가 많다"고 했다.
대구지역 유통업체들은 추석이 다가오고 있어 갈비 부위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 향후 한우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소, 시장을 지배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한우와 육우(고기를 얻기 위해 살찌운 젖소) 등 국내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49.9%를 기록했다. 이는 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52.7%를 기록했던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산 쇠고기의 점유율은 2001년 쇠고기 수입 완전 자유화 이후 하락을 거듭해 2003년에는 36.3%까지 내려왔었다.
이후 2004년 44.2%, 2005년 48.1%, 2006년 47.9%, 2007년 46.3%, 2008년 47.6% 등으로 등락을 반복하던 국산 쇠고기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9년 만에 50% 수준을 회복했다.
쇠고기 사육 마릿수도 수입 쇠고기가 들어오면서 지난해 9월 잠시 감소했으나 소값 안정, 고급육에 대한 수요 등에 힘입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국산 쇠고기의 가격이나 점유율이 회복된 원인과 관련, 품질 고급화로 1등급 이상 고급육 생산이 늘어난데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쇠고기 이력제, 수입 쇠고기 거래기록 의무화, 동물성 단백질의 소 사료 이용 금지 등의 정책적 조치까지 빛을 발휘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말 기자간담회에서 "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 목표를 55∼60%로 정하고 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국산 쇠고기에 대한 선호가 큰만큼 지나친 가격 급등세는 막아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생산비와 유통 비용을 절감, 국내산 쇠고기와 수입산의 가격 차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가장 많이 수입되는 호주산과 비교할 때 냉장육을 기준으로 3배인 국산과의 가격 차를 2012년까지 2배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수입산과 국산의 가격 차이가 줄어나면 국산 쇠고기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가축 개량으로 1등급 이상 고급육이 더 많이 생산되도록 하고 체중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송아지 폐사율 저하, 번식률 제고, 양질의 조사료(건초 같은 섬유질 사료) 재배 확대, 도축·가공·도매 등 물류의 효율화, 도축장 구조조정, 직거래 활성화 등을 복합적으로 추진한다면 국내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60%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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