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보신탕

입력 2009-08-06 14:37:27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주자

무더위는 초'중복을 거쳐 말복(末伏·13일)으로 치닫고 있다. 동의보감에 보면 '삼복에 마늘을 넣고 삶은 개고기를 구장(狗醬)이라 해 먹고 땀을 빼면 더위가 가셔 몸을 보양하는 효과가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폭염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보신탕은 제격이다. 보신탕 애호가들은 물론 여성들까지도 피부미용에 좋다며 즐기는 추세다. 게다가 각종 한약재를 넣은 웰빙 보신탕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신탕은 예찬론자와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의 팽팽한 찬반논쟁에 휩싸여 있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불법도 합법도 아닌 사각지대에 놓인 보신탕을 들여다봤다.

◆보신탕 유래

#'삼복' 중국에서 온 속절

외국에 한국의 개 식용에 관한 최초의 소개는 1847년 프랑스 선교사 달렌이 쓴 '조선 교회사' 첫머리에 "조선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는 개고기이다." 라고 쓰여 있어 예로부터 조상들은 개고기를 즐겨 왔던 것으로 보인다.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부터 영양가가 풍부한 개장을 먹고 더위를 이기려했던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우리 조상은 무더위를 잊기 위해 삼복(三伏)이란 기간을 이용해 몸을 보양해왔다. 복(伏)은 원래 중국의 속절(俗節)로 진(秦)'한(漢) 이래 숭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동국세시기'의 기록에 따르면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성 4대문에서는 개를 잡아 병충해를 방지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이로 미루어보면 삼복은 중국에서 유래된 속절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는 복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정자를 찾아 노는 풍습이 있었다. 옛날 궁중에서는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과를 주고, 궁 안에 있는 장빙고에서 얼음을 나눠주었다. 민간에서는 복날더위를 막고 보신을 하기 위해 계삼탕(鷄蔘湯)과 구탕(狗湯)을 먹었다. 또한 금(金)이 화(火)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고 하여 복날을 흉일이라고 믿고, 씨앗뿌리기, 여행, 혼인, 병의 치료 등을 삼갔다.

◆보신탕 외국사례

#중국'일본에서도 즐겨

개고기는 중국 광둥성(廣東省)에서도 즐겨 광둥성 개고기 요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향육(香肉)'이라 부르는데 개의 부위에 따라 다양한 요리가 있다. 그 중에서도 누렁개를 최고로 친다. 다만 중국인들은 개고기를 단지 고단백질 음식쯤으로 여긴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예부터 개고기를 즐겨왔다. 서양 선교사의 기록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소고기는 먹지 않고 개고기를 먹는다. 특히 붉은색 개를 약용으로 쓴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한국'중국'일본의 개 식용 역사는 아주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대중적인 음식으로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심지어 요리법까지 발표되기도 하고, 외화벌이에 이용하는 하나의 음식문화로까지 성장하고 있다. 평양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 하여 각종 메뉴를 만들어 뷔페식으로 판매하고, 나아가 외국 손님들이 주로 찾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한에는 단고기 요리만 해도 4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한 재미교포는 북한방문기에서 "우리 민족이 단일민족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는 개장국에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개고기 도축에 대해 정부에서 정식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으며, 이를 요리하는 음식점도 일반음식점으로 상행위를 하고 있다. 단지 우리 국민들은 개 식용을 찬성하는 쪽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부 보신탕 찬성론자들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역사기록을 보면 선사시대에도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웰빙 보신탕

#옻'각종 한약재로 끓여

보신탕에도 웰빙 바람이 불고 있다.'옻닭'과 마찬가지로'옻개'도 등장하고 있다. 가마솥에 옻나무를 자루에 가득 넣고 하루정도 푹 끓여낸 육수와 수육은 또 다른 맛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옻으로 끓여낸 진국은 개고기 특유의 잡냄새가 나지 않으며 맛이 깨끗하고 시원하다. 옻은 예부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항균효능은 물론 오장육부의 질병을 다스리는 최고의 약재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옻나무 수액에 노화를 억제하는 곰쓸개 성분인 우루시올이 56%나 들어있고, 활성산소 제거력이 토코페롤의 2배에 이른다는 사실이 확인돼 건강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옻이 폐결핵과 여성의 하복통에 효과가 있으며 어혈을 없앤다'고 나와 있다. 옻으로 달인 진국은 시원한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아 즐겨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또한 각종 한방약재와 솔잎을 넣어 48시간 푹 끓여낸 진국과 수육도 인기다. 수육은 은은한 솔잎의 향이 잔뜩 배어나오며 향도 향이지만 솔잎은 노화를 방지한다는 옥실팔티민산 성분이 들어있어 고기의 보양효과를 더해준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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