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자읽기]자전거로 나를 세운다

입력 2009-08-05 07:00:00

스콧 스톨 지음/윤덕노 옮김/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어느 날 갑자기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직업도 잃고 절친한 룸메이트마저 돌아섰다면. 저자 스콧 스톨(Scott Stoll)은 삶을 구성하던, 자신을 지탱하던 모든 것들을 떠나보낸 뒤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뇌리를 스치는 물음 하나. '인생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야 할까?' 저자는 자전거 한 대를 끌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로 결심한다. 무려 4년간 6대륙, 50개 나라를 여행했다. 4만1천444㎞에 이르는 자전거 명상 대장정에 나선 것. 부제는 '자전거 세계일주, 나를 향한 50가지 질문'이다. 자전거로 여행을 떠나면 잠은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는지 등이 궁금해지게 마련. 이런 소소한 일상들을 마치 소설을 엮어나가듯 저자는 풀어내고 있다.

'아테네의 뒷골목을 뛰어 내려와 모퉁이를 이리저리 돌면서 도망쳤다. 그러다 보니 길을 잃었다. 어깨들도 또 여자들도 보이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데니스와 마주쳤다. 우리는 둘 다 교과서에서나 나올 듯한 고전적인 사기 수법에 당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기책을 읽어나가듯 거침이 없다. 넉넉하게 담아놓은 흑백 사진은 상상력에 날개를 더한다. 마치 저자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길을 떠난 느낌이 든다. 444쪽, 1만4천800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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