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이 유방암, 자궁암, 위암 등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여성암 1위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얼마 전 7위이던 것이 순식간에 1위가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8년 만에 환자가 5배 이상 불었다고 한다. 거기에다 매년 25%씩 늘고 있으니 도대체 앞으로 얼마만큼 많아질지 예측할 수도 없다.
이러다 보니 대학병원마다 갑상선암 수술은 몇 개월씩 밀리고 환자들은 아우성이다. 우리병원도 지금 오는 환자는 겨울에나 수술이 잡힌다고 하니 그 정도가 짐작이 된다. 그래서 나도 갑상선 수술팀과 같은 과라는 이유로 지인들의 문의와 부탁 때문에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서구와 일본에서도 5위 안에 못 들고, 얼마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7위였던 갑상선암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 '발생률'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발견율'이 늘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갑상선의 혹(결절)은 전 인구의 약 5%에서 만져진다고 하지만 초음파 검사를 해 보면 거의 50%에서 발견이 된다고 한다. 부검을 포함하면 70%까지 이르는 흔한 질환이니 3명 중 2명은 평생 살아가면서 갑상선 혹이 생기는 셈이다.
이렇게 많다 보니 유방암 등의 다른 검사를 위해 병원에 들렀을 때 초음파 기계를 서비스(?)로 목에 잠깐 대었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근래에는 신문과 방송에서 갑상선암이 1위라고 하니 갑상선 검사가 요즘 여성들에게 유행이고, 그래서 여성들의 건강검진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포함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때 우연히 검진에서 발견된, 만져지지는 않지만 초음파에서는 보이는 결절을 '우연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되었다지만 일단 알게 된 이상 암이 아니라는 확인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주삿바늘 등으로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조직검사에서 암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암세포가 나오면 크기가 작아도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1cm 이하의 유두암은 일부 병원에서는 그냥 두기도 한다며 논란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수술해 보면 30%에서는 주위 림프절에 전이가 있다는데도 그냥 두고 문제가 될 때까지 평생 피가 마르게 지켜볼 것인가? 명색이 암인데 문제가 되면 책임은 누가 질까?
의사들의 입장은 어떤가? 사실 갑상선암은 워낙 천천히 자라기에 자기 수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통계는 그렇다지만 그 환자가 수명에 지장 없는 절반에 해당이 될지, 생명을 위협받는 나머지가 될지 어떻게 알 것인가? 참으로 난감하지만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말이 '아는 것이 병'인지 '모르는 것이 약'인지, 아니면 둘 다 아닌지 나도 도무지 모를 일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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