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예쁜 부부

입력 2009-08-03 07:34:45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8월 1일부터 한글로 된 안내서가 제공됐다. 이 한글 안내서에는 박물관에 대한 정보와 층별 전시물 소개, 이용 방법 등이 실려 있다. 박물관의 한글 안내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이어 5번째다.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한글 서비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현대미술관에 이어 뉴욕에서만 세 번째다. 이번 한글 안내서 작업은 올해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한 사업으로 탤런트 최수종 하희라 부부가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 선행을 많이 하는 최-하 부부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앞서 언급된 '예뻐 보일 수가'에 나오는 '예뻐'를 '이뻐'로 표기하면 틀린 것이다. '예쁘다'는 모양이 작거나 섬세하여 눈으로 보기에 좋다,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라는 뜻으로 '이쁘다'는 잘못된 표기이다. "경상감영공원의 오래된 나뭇가지에 빨간 꽃봉오리가 맺혔다. 머잖은 날에 제일 먼저 이쁜 꽃을 피울 듯이 준비하고 있다. 몇 년 전, 이쁜 꽃 한 송이가 우리 집에 날아왔다. 뽀얗고 천진스러운 모습이 꼭 초등학교 여학생 같다." 앞에 인용한 문장에 나오는 '이쁜 꽃' 은 '예쁜 꽃'의 잘못된 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열대야'는 우리를 잠 못 들게 한다. 밤새 뒤척이다 보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찌뿌듯하다. '찌뿌듯하다'를 '찌뿌둥하다'라고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잘못된 것이다. '찌뿌듯하다'는 몸살이나 감기로 몸이 무겁고 거북하다("몸살이 나려는지 몸이 찌뿌듯하다."), 표정이나 기분이 밝지 못하고 조금 언짢거나 비나 눈이 올 것같이 날씨가 조금 흐리다("날씨가 찌뿌듯한 게 비가 올 것 같다.")라는 뜻으로 '찌뿌드드하다'라고도 쓴다. "하루종일 날씨가 찌뿌둥하여 외출을 하지 않았다." "감기 몸살로 몸이 찌뿌둥해서 집에서 쉬고 싶다." "그녀는 찌뿌둥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에 나오는 '찌뿌둥하여' '찌뿌둥해서' '찌뿌둥한'은 잘못된 표기이다.

사람들은 사랑과 집착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은 아낌없이 한없이 베푸는 마음이고, 집착은 가로채고 쌓아놓고 자신만 즐기겠다는 마음이다. 사랑하면 자유로워지고 집착하면 스스로를 고립에 빠지게 하는데도 사람들은 사랑보다는 집착 쪽으로 쉽게 기울어진다. 내 것으로 만들어야 안심할 수 있다는 '어설픈 소유욕' 때문이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때일수록 집착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서로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늘 사랑하는 마음을 훈련해야 한다. 따뜻한 눈길로 세상을 대하다 보면 세상 역시 따뜻하게 대해 주고 우리의 삶은 조금씩 밝은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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