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가 유진박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입력 2009-08-02 11:12:18

폭행, 감금, 출연료 갈취에 조울증 약까지 먹는 유진박의 처참한 현실

"집에서 살고 싶어" "매일 매일 짜장면이나 볶음밥 그런 것 먹었어""이런 것 말해도 되나""돈싸움 그런 것은 싫어. 연주료는 아직도 못받았어""그래도 유진박은 음악하면 행복해".

유진박의 입에서 나온 얘기들을 차마 듣고 있기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처참하게 무너지는 한국에서의 한 순수한 천재적인 음악가의 삶. 십여년전, KBS 열린 음악회에서 정말 감히 바이얼린으로 연주하리라고 꿈도 못꾸던 엄청 빠른 템포의 '벌들의 비행', 아직도 그 슬프면서도 경쾌한 선율이 귓전을 맴도는 '데낄라', 확실히 그가 한국사람임을 보여주는 '벌들의 비행', '울릉도 트위스트'를 들으면서 나도 몰래 한국사람임이 자랑스러워진 적이 있었다.

또 딸과 함께 보러간 뮤지컬에 깜짝 출연해서 더 기쁨을 주었던 유진박의 근년 일그러진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주말 내내 원하지 않는 '감금', '폭행', '연주료 갈취'등과 같은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유진박에게 일어난 사실들이 하나둘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노인회관에서, 생일파티에서, 마을회관에서 단 몇사람을 앞에두고 멍때리는 표정으로 박자도 안맞는 곡을 연주하는 허탈한 모습의 유진박을 보는 내 가슴은 미어졌다.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지 얼마 안되어서 대구 공연장에서 만난 유진박은 자그마한 키에, 독창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곡해설과 빛나는 연주로 '음악은 모든 사람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음악이 저렇게 남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구나'하는 경험을 공유하게 하였다.

감히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음악적인 시도와 21세기 트렌드를 앞서가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움직임을 곁들인 연주를 보며 제2, 제3의 유진박을 꿈꾸는 음악도들은 얼마나 꿈에 부풀었던가?

그런 영감을 주고, 희망을 심어주고,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유진박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한창 문제점으로 폭로되고 있는 노예계약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세상물정 모르는 그를 처참하고 잔인한 음모로 짓밟았단 말인가?

줄이긴 했어도 아직 조울증 약을 먹고 있다는 유진박, 왜 그가 이런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낱낱이 밝혀져야하고, 그가 다시 예전의 유진박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분노와 비탄에 빠진 우리 국민의 상처가 아물어질 수 있도록 취해질 수 있는 모든 조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하겠다.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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