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내며 남긴 땅 보도블록 제거 비오면 토사
대구 중구청이 11㎡(3.3평) 넓이의 작은 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여년 전 남산4동 새마을금고 인근에 소방도로를 낼 때 사들이지 못한 자투리땅이다. 도로법상 새 도로가 나면 도로 점유지가 도로에 편입되고 남은 잔여지는 땅 주인의 매수 신청이 있으면 사들여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땅은 지주의 매수 신청이 없어 수십년간 그대로 방치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A씨가 경매로 이 땅을 낙찰받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땅을 사들인 지 두달 만에 중구청을 상대로 '남의 땅을 구청이 함부로 인도로 사용하고 있다'며 법원에 부당이득권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 1월 "중구청은 A씨에게 지난해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는 땅 사용료 명목으로 19만9천여원을 지급하고 이후에는 매달 3만3천원씩 줘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구청은 땅을 매입하고 싶지만 A씨가 적정가보다 3배 이상 높은 땅값을 요구한데다 땅을 매입할 법적 근거도 마땅치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달 구청이 취한 조치마저 '악수'가 됐다. 구청은 지난달 개인 소유의 땅이라는 이유로 인도 위에 있던 보도블록을 모두 철거해 버렸고, 이에 격분한 A씨는 시설물을 훼손했다며 구청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감정싸움으로 비화됐다.
땅 소유자와 구청 간의 싸움으로 애꿎은 주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이달 들어 장맛비가 잇따르면서 보도블록이 없는 인도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인근 도로가 진흙탕으로 변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모(43)씨는 "인도와 도로가 비만 오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여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서라도 땅주인과 구청이 조금씩 양보해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투자가치를 보고 지난해 땅을 구입했는데 구청이 아무런 얘기도 없이 내 땅을 인도로 사용해온데다 보도블록까지 철거해버렸다"며 "구청에 적정한 감정가를 제시했는데 가격이 높다며 한마디로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구청 관계자는 "시민들이 다니는 길도 아니고 본래 도로였던 곳을 A씨가 경매로 낙찰받았는데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며 "주민들 불편을 감안해 A씨와 적정수준에서 타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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