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재개발·재건축, '침체지속'…사업추진 제자리

입력 2009-07-30 07:00:00

2006년 대구에 재개발 붐이 불면서 무려 26개 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하고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와 시공사들의 경영난 등으로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단지는 1곳도 없는 실정이다. 재개발사업을 하려다 중단된 대구시내 한 주택단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006년 대구에 재개발 붐이 불면서 무려 26개 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하고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와 시공사들의 경영난 등으로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단지는 1곳도 없는 실정이다. 재개발사업을 하려다 중단된 대구시내 한 주택단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이후 불어닥친 주택경기 불황으로 '중단 상태'에 들어갔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최근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조금씩 활기를 띄고 있지만 주택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시공사들의 경영 악화로 사업 추진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주택업계에서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일부 단지는 조합원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단지들은 조합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후유증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올스톱 된 재개발 사업

도심 재생사업은 크게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나눌 수 있다.

재건축은 통상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이며 재개발은 단독 주택이 밀집된 지역으로 사업시 공동주택 신축뿐 아니라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한 곳이다.

대구시는 2006년 5월 계획적인 도심 재생을 위해 노후 주거지 273곳을 도시·주거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했으며 이중 122곳은 재건축 단지로 107곳은 주택재개발 단지로 지정했다. 나머지는 주거환경개선과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 재개발 단지의 경우 2006년에만 무려 26개 단지에서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구성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이주·철거 등 사업이 진행되는 단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

대구시 관계자는 "재개발 절차가 복잡해 인·허가에만 통상 2, 3년이 걸리는데다 2007년 이후 미분양이 늘고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재개발 사업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까지 착공을 위한 건축 허가가 들어온 단지는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재개발은 상당한 난제.

통상 부지 면적이 3만㎡를 넘고 분양 가구수도 1천가구 이상이지만 조합원 비율은 재건축과 달리 분양 가구수의 20% 정도에 불과해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한 탓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대구에서 20여곳이 넘는 재개발 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현실적으로 1, 2년내 분양이 가능한 곳은 몇 곳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구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고 미분양이 많은데다 인구 또한 줄고 있어 신규 공급 자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미 사업비가 집행된 일부 단지에서는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기지 않고 있다.

남구 지역 모 재개발 단지 조합원들은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조합이 10억원 넘는 돈을 시공사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빌려 용역비와 조합 운영비로 지출했다. 대여금은 결국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조합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된 일부 건설사들은 사업 재개가 불확실해지면서 올 들어 조합 운영비 등 지급 경비를 대폭 줄여 나가고 있다.

◆재건축도 아직은

재개발에 비해 재건축 단지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재건축 단지 중 상당수가 아파트 단지들로 사업 진행이 비교적 쉽고 분양 가구수도 많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175개에 이르는 재건축 단지 중 38곳이 시공사를 선정해 이중 22개는 착공에 들어간 상태며 14개 단지는 이미 준공을 마쳤다.

하지만 주택경기 불황의 파고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공사 부도 등으로 재건축 진행 중 사업이 중단된 단지가 6곳을 넘고 2007년 이후로는 신규로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북구 복현 84단지(309가구)의 경우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조합원 이주후 건물 철거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조합 관계자는 "올 들어서는 조합원들이 이주비 이자까지 물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해도 크지만 언제 사업이 재개될지 몰라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일부 단지들은 최근 들어 사업 재개에 나서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뉴대공원 및 신매동 삼두 아파트가 조합원 계약을 끝내고 올 하반기 일반 분양에 나설 계획이며 롯데건설이 시공사인 수성1가 주택 재건축 단지(900가구)도 올해 중 이주·철거를 마치고 내년 봄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사업성이 양호한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향후 꾸준히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건축은 일반 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조합원 부담이 지나치게 많은 단점이 있어 결국 대구 집값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