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실종 올 여름 "열없네"

입력 2009-07-29 09:53:08

해수욕장 텐트촌 사람없어 썰렁‥선선한 기온에 폭염축제도 '머쓱'

무더위가 실종됐다. 낮 기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다. 초가을 같은 여름이 오면서 해수욕장 등은 피서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더위를 주제로 한 도심축제도 울상을 짓고 있다.

28일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24.5도. 예년 같으면 4월 중순에 해당하는 기온이다. 실제 이달 들어 대구의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어선 날은 15일밖에 안 된다. 지난해 7월의 경우 사흘을 제외하고 30도 이상의 무더위가 한 달 내내 지속됐다. 이달 가장 높았던 날의 기온은 33도로 지난해 7월의 36.2도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열대야도 사라졌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기록한 날은 18일(25.1도)과 19일(25.6도) 단 이틀뿐이었다. 지난해에는 7월 들어 5일부터 12일까지 8일 동안 열대야가 이어졌다.

◆시원한 여름에 울상=폭염이 사라지면서 동해안 해수욕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포항시는 지난달 말 무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기승을 부리면서 북부·구룡포·칠포·월포·화진·송도 등 6개 해수욕장 개장일(1일)을 지난해보다 열흘 앞당겼다. 하지만 이후 1주일 만에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피서객의 발길이 끊겼다. 6개 해수욕장을 다녀간 피서객은 28일 현재 32만6천명. 그나마 24, 25일 양일간 펼쳐진 불빛축제 관람객 18만명을 포함한 수치다. 해수욕장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는 불빛축제 관람객 13만명을 합쳐 33만2천명이 다녀갔다"며 "실질적으로는 올해 해수욕장을 다녀간 피서객은 28%가량 줄었다"고 했다.

대구 팔공산 텐트촌도 썰렁해졌다. 열대야를 피해 산속에 텐트를 치고 무더위를 피하는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올해는 동화지구와 파계지구 텐트촌이 40%밖에 차지 않았다. 밤이면 북적이던 대구스타디움과 두류공원 야외음악당도 예전 같지 않다. 두류공원 인근 한 치킨점 관계자는 "해마다 더위를 식히러 나온 시민들의 주문이 폭주해 배달을 하느라 바빴는데, 올해는 너무 조용하다"고 했다.

31일 시작되는 수성폭염축제(31일~8월 2일)는 여름답지 않은 여름 때문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기온이 오르지 않아 물과 얼음으로 무더위를 식히려는 축제가 외면당할 처지에 몰렸기 때문.

에어컨 등의 사용이 줄면서 순간전력 사용량도 줄었다. 지난해 경우 7월 한달 동안 일 최대전력수요가 7천㎿(메가와트·㎾의 1천배)를 넘은 적이 8일이나 됐지만 올해는 한 번도 없었다.

◆8월도 덥지 않다?=대구기상대는 7월 저온현상에 대해 우리나라 동해안에 찬 공기를 머금고 있는 고기압이 물러나지 않으면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상대 측은 찬 고기압이 당장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내달 초까지 저온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수량도 평년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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