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교의 일본어 원류 산책](30) 우타가와시(疑わしい)

입력 2009-07-29 07:00:00

결혼을 안하고 독신으로 지내는 남자를 총각이라 하는데, 일본말로는 이를 '총가'(チョンガ)라고 한다. 결혼했더라도 지방에 혼자 근무하면 이도 역시 총각이라 하는데, 예를 들어 하카다(博多=후쿠오카)에 단신 부임한 사람이면 '하카총' 즉, 하카다 총각이라고 부른다.

처녀 총각을 중매하는 것은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는 대강의 신상명세만 알려주고 두 사람을 만나게 한 후에 서로 좋으면, 그때부터 양가의 가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관례인데, 일본은 이와 정반대로 먼저 세세한 것을 전부 조사한 후에 맞으면 그때 가서 선을 보는 방식을 택한다.

한국식은 '될지도 모르는 걸 미리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뭐 있는가?' 라는 합리성에 있고, 일본식은 선을 봐서 맞을 경우 '그때 가서 문제가 생기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수 있으니' 하는 세심한 배려에서이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타인에 대한 '신뢰와 의심'이라는 서로 다른 양면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상점과 거래를 한다고 하자.

한국 사람이면 한 두번 해보고 믿을만하다 싶으면 전적으로 맡기고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데 일본 사람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일례로, 아주 커다란 슈퍼마켓에서 조그만 재일동포 식료품점에 김치거래를 하자는 의뢰가 와서 크게 좋아했는데, 첫 달에 500g의 주문이 왔다. 그것도 대금지불은 45일 후에 주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냥 참고 몇 달을 계속했더니, 그 다음엔 1kg으로 올라가고 이렇게 해서 3년이 되어 한 달에 1,000kg을 납품하는 주요 거래처가 되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이걸 보면서 일본 사람들은 먼저 이 사람이 '어떤가' 하고 시험해 보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어떤가 하지'를 경상도 방언으로 하면 '우떤가 하지'인데, 이 말을 일본어로 '우타가와시'(疑わしい)로, '의심스럽다'라는 말이다.

일본에서 어떤 일에 성공하려면 이 '우타가와시' 테스트에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합격하면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 되며, 그로써 일본에서의 사업은 절반이상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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