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형제가 세상에 나가 진귀한 보물들을 하나씩 구해왔다. 첫째는 앉아서 천 리를 볼 수 있는 망원경을, 둘째는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는 양탄자를, 그리고 막내는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는 마법의 사과를 가지고 왔다. 얼마 가지 않아 이 보물을 써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국왕이 중병에 걸린 공주를 낫게 해주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는 포고문을 발표한 것이다.
먼저 첫째가 망원경으로 이 포고문을 보았다. 형제들은 상의 끝에 공주의 병을 고쳐주기로 하고, 둘째의 양탄자를 타고 궁으로 가서 셋째의 사과를 공주에게 먹여 병을 말끔하게 치유하였다. 그런데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 공주의 병을 낫게 하는데 기여한 세 형제 가운데 누구를 사위로 삼아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고전인 탈무드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한 명의 공주를 세 남자 중 한 사람에게 보내야 하는 이 어려운 문제에서 탈무드가 제시한 답은 바로 셋째였다. 공주를 살리고도 여전히 보물을 가지고 있는 두 형들에 비해 자신의 사과를 통째로 바친 셋째가 가장 많은 희생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떤 일에 가장 큰 희생을 치렀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가장 큰 대가, 즉 가장 높은 가격을 부담했음을 의미한다. 만일 이 삼형제에게 공주를 경매에 부쳤다면 셋째에게 돌아갔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하나의 재화에 대해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한 사람에게 그것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경매의 원리는 바로 시장원리의 핵심이다. 즉, 탈무드의 해결책은 시장원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다. 사람들의 시장에서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이 과연 그 재화를 얻기 위해 감수할 용의가 있는 희생의 정도를 제대로 나타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 나오는 삼형제처럼 각자의 소득이나 처지가 서로 비슷하다면 그럴 수 있다. 소득의 몇 퍼센트를 희생할 용의가 있는지가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모든 사람들의 소득은 다 다르고, 그에 따라 지불능력도 다르다.
따라서 수많은 사람들의 사정을 일일이 다 알 수 없는 현실의 시장에서, 재화는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재화를 얻기 위해 가장 많은 희생을 할 용의가 있는 사람)보다는, 객관적인 금액을 통해 자신의 선호를 가장 강력하게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즉, 개인의 선택 범위가 소득수준에 의해 제한되는 현실의 시장에서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는 자신의 소득 범위 내에서만 의미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분수에 따라 스스로 욕망을 절제하지 않는 이상,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재화의 배분은 그것을 제일 원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결과는, '모든 자원은 시장을 통해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로 배분된다'라는 명제를 신주처럼 떠 받들고 있는 현대경제학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영수(경북대 교수·경제학박사)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