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인구 5만 명 한국'의 미래

입력 2009-07-27 10:45:54

모택동 시절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중국 인민들이 10列(열) 橫隊(횡대)로 줄지어 광장 사열대 앞을 발맞추며 지나간다면 행렬이 다 지나갈 동안에 새로 300만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는 풍자가 있었다. 그런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낮은 경제 성장에 의한 궁핍은 1가정이 1자녀 이상 못 낳게 하는(소수민족만 2자녀) 反(반)생태적이고 비인도적인 인구 정책을 오랫동안 지속시켜 왔다.

그러던 중국이 드디어 '조건이 되면 두 명을 낳아도 좋다'고 손을 들었다. 이른바 고령화 현상에 대한 노동인구 감소 위기가 현실로 닥쳐왔기 때문이다. 지난주 상하이(上海)시가 60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21.6%를 넘어가자 '부부가 모두 외동이면서 자녀가 1명일 경우' 등 몇 가지 조건을 걸어 두 자녀까지 낳아도 좋다는 오랜 禁忌(금기)를 깨는 인구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을 위협할 만큼 잘나가고 있는 중국이 갑자기 오랜 정책을 깨고 인구 늘리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속사정은 '경제 활동 가능 인구' 감소 때문이다. UN의 조사 자료로는 현재 13억6천만 인구 중 '경제 활동 가능 인구'로 보는 15~59세 사이 젊은 인구 비율은 6억8천만 명 정도다. 21세기에 떠오를 경쟁 국가인 다크호스 인도(6억1천만 명)보다 아직은 앞서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인 중국과 인도의 경제구조로 볼 때 젊은 노동인구의 비율은 머잖아 두 나라 간의 우위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1가정 1자녀 정책에 묶인 인구 증가 추세로 가면 당장 2025년에 경제 활동 인구 수는 인도에 밀리게 돼 있다. 반대로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사회 부양 부담만 커지는 60세 이상의 인구는 인도(1억2천만 명)보다 배 가까이 늘어나 2억 명이 넘게 된다. 14억이란 수치가 든든한 듯하지만 뒤집어 보면 경쟁국들보다 노령화 인구를 몇 곱절 더 많이, 더 빨리 양산해내는 약점을 지닌 구조라는 얘기가 된다. 상하이시의 변신이 다급할 수밖에 없다.

60년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로 산아제한을 독려했던 우리네 사정도 상하이 못잖게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60년대 6명이던 출산율이 지난해 1.19명, 올해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20여 년 전부터 低(저)출산 대비에 들어간 일본(1.37명)보다도 낮다. UN 미래 보고서는 지금 추세로 가면 2300년 한국 인구는 5만 명이 된다고 경고했다. 총 인구 5만 명 국가라면 대통령이 경기도 어느 구청의 洞長(동장)쯤 되는 셈이다. 베트남의 박연차 씨 신발공장 종업원 숫자보다 적은 나라에서 배달민족이니, 독도는 우리 땅이니 하는 國粹(국수)적 논리 같은 건 귀신이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되는 세상이 온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저출산 문제가 애국심에 매달려 풀어 나갈 수 있는 과제도 아니다. 근본 해법은 애국심 같은 정신이 아니라 물질(경제) 속에 있다.

지난 15년간 고령화 대책에만 140조 원(2008년 예산)을 쓴 일본이 여전히 출산율 1.37명이라는 저출산에 고전하고 있는 것도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세칭 '잃어버린 10년'이 초래한 일본 '경제'의 부실에 있었다. 계속 추락해온 경제 성장률과 16%에서 34%로 급증한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 등이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이다. 30대 초중반 남성의 절반이 미혼이라는 사실도 그 증거의 하나다. 우리의 경우도 출산이 안 늘어나면 잠재 성장률이 2030년쯤엔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법은 구호나 출산 축하금 몇 푼 대신 여성의 소득과 안정적 고용을 늘리는 경제성장이 우선이다. 출산율 상승은 소득보다 양육 비용이 낮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구 5만 명짜리 아프리카 小貧國(소빈국) 같은 나라 꼴이 안 되려면 모든 국력을 경제성장에 올인시켜야 한다. 그런 살길을 찾아야 할 국회는 길거리로 뛰쳐나와 싸우면서 젊은 여성들에게만 애 낳으라면, '덮어놓고 낳다가 거지꼴 못 면하는데'라는 반발밖에 더 나오겠는가. 무엇이 진정한 나라의 미래 과제인지는 모른 채 설치고 흔들 줄만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金 廷 吉(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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