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문화강좌 운영 잇따라
20일 오후 8시쯤 대구 북구 침산동 대구중앙교회 선교교육문화센터 4층.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예닐곱명의 학생들이 바이올린을 들고 스케일 연습에 열중이었다. 슬러로 이어진 음표를 반복 연주하는 과정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에선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몇개월째 이곳에 다닌다는 초교 4학년 가현(10·여)이는 "어릴 때 배웠던 바이올린을 이곳에서 다시 배우게 됐다"면서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바이올린을 배우러 교회에 오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악, 미술, 외국어 등 문화강좌가 대구 교회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교회 성도들 가운데 음악 전공자가 많아 강사 확보가 쉽고, 어린이·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교회에 관심을 갖도록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 교회가 선교 목적뿐 아니라 지역 청소년을 위한 예능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청소년,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중앙교회(담임목사 박병욱) 선교교육문화센터는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1999년 '음악교실'이란 이름으로 10여명의 학생들에게 바이올린, 플루트 등 악기를 가르친 게 시작이었다. 이달 현재 이곳의 수강생은 490여명에 강사진이 33명이다. 과목도 대금, 단소, 해금 등 국악기와 드럼, 성악, 미술, 영어·일본어·중국어 강좌까지 개설·운영 중이다. 규모 면에서 웬만한 백화점 문화센터가 부럽지 않다. 2006년 10월에는 아예 선교교육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새 건물을 짓고 지하엔 콘서트홀도 마련했다. 오상국(44) 집사는 "외국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귀국한 후 아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전공을 살려 문화강좌를 열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빌려주며 시작했던 강좌가 이렇게 발전해 기쁘다"고 했다.
중앙교회 선교교육문화센터에서는 악기를 배우는 전 수강생을 대상으로 1학기에는 독주, 2학기에는 합주 무대에 설 수 있는 '음악 교실 향상 발표회'도 열고 있다. 이곳의 경우 수강생을 기독교인에 한정 짓지 않고, 일주일 내내 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교회 문화강좌와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문화강좌는 이미 여러 교회에서 운영중이다. 1997년부터 '음악교실'을 운영해오고 있는 달서구 유천동 충성교회의 경우 현재 수강 인원이 200여명에 이른다. 중구 삼덕동 동부교회는 4, 5년 전부터 '예능 교실'을 열고 매주 토요일에 현악기와 드럼, 기타 등을 가르치고 있고, 달서구 진천동 월배교회는 주일을 이용해 바이올린과 워십 댄스(율동), 동요 등을 가르치고 있다.
박병욱 중앙교회 담임목사는 "수강료가 저렴한데다 수준 높은 강사진들의 열의와 봉사 정신 덕분에 문화센터가 잘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수강 대상을 성인으로 넓히고 중국어 강좌 등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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