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향 독특' 미역취·삼나물·명이나물…'섬바디' 먹고 자란 약소
◆울릉도 산나물
눈이 많은 울릉도에는 이른 봄 눈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 맛과 향이 독특한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물들이다. 섬 특유의 지질과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로 많은 식물들이 자생하는데, 육지에서 자란 것과는 많이 다르다.
산나물 역시 적당한 일조량으로 맛과 질이 우수하다. 또 바닷바람 영향으로 산나물엔 병충해가 거의 없고, 독성도 없어 나물을 약초로 불리고 있다. 울릉도의 새로운 소득작물로 개발돼 재배면적이 200ha나 되는 미역취를 비롯해 섬부지갱이, 고비, 삼나물, 명이(산마늘), 전호, 땅두릅 등이 유명하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산나물은 삼나물이다. 어릴 때 잎이 산삼 잎처럼 생겨서 삼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실제 인삼에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나물을 데쳐서 말린 뒤 양념장으로 무친 삼나물회에선 나물 맛이 아닌 쫄깃한 소고기 맛이 난다.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긴 참고비는 단백질 등이 풍부한 고급나물이다. 삶아서 말렸다가 묵은 나물로 이용한다. 섬부지갱이는 씹을수록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는 나물이다.
울릉도 산나물 중 빼놓을 수 없는 나물은 명이나물. 이 나물은 옛날 배고플 때 봄이 오면 산에 올라가 눈을 헤치고 캐다 먹으며 생명을 이어갔다고 해서 '명이'로 불리게 된 것. 보들보들한 잎사귀의 명이 나물은 장을 튼튼히 할 뿐만 아니라 해독 등의 효능을 갖고 있는 웰빙 식품이다. 더덕은 육지 것보다 부드럽고 아삭한 맛이 난다. 이 밖에 전호, 비, 취나물, 엉겅퀴, 엄나무잎 등도 산에서 채취하거나 재배되고 있다.
울릉도 북면 성인봉 아래 나리분지 '산마을식당' 한귀숙(55·여)씨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산나물은 기후도 기후지만 식물이 스트레스를 덜 받아 억세지 않고 부드럽다"면서 "육지에서 먹지 못하는 것도 이곳에는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많다"며 나물이 울릉군에서 가장 전망있고 경쟁력 있는 산업이라고 했다.
◆울릉약소
울릉도는 소의 천국. 울릉약소는 섬 전역에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산나물과 약초를 뜯어 먹고 자란다. 여러 약초 가운데 소가 가장 좋아하는 풀은 '섬바디'. 미나리과에 속하는 섬바디는 '돼지풀'로도 불린다. 섬바디 줄기를 꺾으면 우유처럼 하얀 즙이 흘러나오는데 '풀에서 나는 우유'라 불린다. 이 즙때문에 소가 유달리 이 풀을 좋아한다.
울릉약소는 근육질의 붉은빛이 육지에서 사육된 소고기보다 선명하고 지방질의 빛깔은 약간 누렇다. 약소 특유의 향기와 맛이 배어 있어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배합사료로 기른 육지의 소와는 달리 육질이 비교적 질긴 편. 옛날 시골에서 풀과 여물만 먹여 키운 토종 한우와 흡사한 육질과 맛을 지녔다. 그래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기 맛에 익숙한 육지 관광객 중에는 울릉약소 맛을 보고는 '그저 그렇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울릉군 서면 남양리에서 10여년동안 약소만 취급해온 '남양식육식당' 양태원씨는 "약소 고기는 조금 질기긴 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지며 깊은 맛이 나기때문에 성미 급한 사람은 약소의 진미를 맛보기 어렵다"며 "마치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듯 천천해 고기를 씹어 먹어야 약소 특유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울릉약소는 1883년 개척민이 암수 한 마리씩 들여와 사육을 시작해 지금에 이른 것. 현재 70여 농가에서 7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나 섬 자체 수요를 충당하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그래서 육지서 사육된 소를 반입하고 있다. 울릉군은 울릉약소를 지난 1998년에 상표등록을 마치고 전국적인 브랜드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릉군농업기술센터 이원진씨는 "약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사육방법과 프로그램에 따라 균일한 품질의 고기를 생산, 소비자의 신뢰를 사야 한다"며 "전국적인 울릉도 특산물로 발전시키려면 사육 두수 또한 두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수 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