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팔아 도서 마련, 똘똘뭉쳐 후원 얻어
대구 서구 주민들의 정성을 모아 만든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 23일 문을 열었다. 이날 오후 6시 개관식을 하고 운영에 들어간 어린이도서관 '햇빛따라'는 서구 평리동 재활용센터 2층에 118㎡ 규모로 둥지를 틀었다. 어린이 도서 5천여권과 모임방 등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 측은 "옛 어른들이 책을 읽을 때 햇빛이 드는 곳으로 책상을 옮겨가면서 공부를 했다는 말에 따라 '햇빛따라'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햇빛은 차등을 두지 않고 고르게 내리쬐기 때문에 누구나 함께 이용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햇빛따라'는 온전히 주민들의 힘으로 태어났다. 지난해 말 비산동 일대 주부들로 구성된 서구문화복지센터의 '동화 읽는 엄마모임'이 주민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 보자는 논의가 출발선이었다.
이들은 올 1월 '어린이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 모임을 결성했고, 3월에는 대구시 주민자치사업으로 선정돼 사업자금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다. 4월과 6월에는 일일찻집과 후원주점을 열어 1천300만원이 넘는 모금을 했고,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나눠준 돼지 저금통을 통해 100만원을 따로 모았다.
책을 구입할 돈이 부족하자 주민들이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서구청 공무원노조와 서부경찰서, 한전 서대구지점 직원들을 비롯해 주민들까지 똘똘 뭉쳐 한 권, 두 권 모았고 서구문화복지센터 장태수 대표가 서울의 출판사를 찾아가 1천여권을 기증받으면서 해결했다. 주민들이 발품 팔아 장만한 책은 어느새 5천권을 훌쩍 넘겼다.
김은수 관장은 "주민들의 노력에 감명을 받은 인테리어 업체는 공사비를 절반만 받았고, 전기재료는 인근 업체에서 무료로 지원했다"며 "전기설비 회사에 다니는 한 직원은 퇴근 후 짬짬이 전기공사를 거드는 등 도서관 구석구석 주민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자랑했다.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주민들의 땀으로 일궈낸 '햇빛따라' 어린이도서관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모든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각종 소모임 활동과 강좌, 영화상영, 문화답사, 천연화장품 만들기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 관장은 "어린이도서관을 만드는 것보다 가꾸고 지켜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소중한 공간이 되도록 많은 분들의 후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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