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모든 것이 나의 품 안에
대구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자 일행들이 밝은 얼굴로 삼삼오오 모여있다. 그런데 창밖에 보이는 대한항공 비행기가 예전에 대구공항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A300-600 기종, 좌석 276석으로 기존에 운항하던 비행기보다 100석이나 많은 중형기라는 점에서 일단 가슴이 설렌다.
또 옆 자리에 누가 앉을까.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창가에 긴 생머리 승객이 먼저 앉아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쁘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면 항상 실감하는 머피의 법칙이 오늘은 적용되지 않았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옛날 배비장이 제주관아로 부임할 때 기분이 이랬지 않나 싶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듬직한 가이드가 단체명을 들고 반긴다. 공항 문을 나서자 제주도의 내음이 폐속까지 스며든다. 날씨도 화창하니 금상첨화다.
◆'휘닉스 아일랜드' 신혼부부에 안성맞춤
옥돔과 갈치속젓으로 차려진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인 섭지코지의 리조트 '휘닉스 아일랜드'로 향했다. 생각보다 훌륭하다. 룸을 배정받고, 객실을 찾아가는 길이 쉽지가 않다. 리조트 동이 여러 개로 밤이어서 더욱 그랬다. 방에 들어가는 순간 신혼부부들에게 좋은 숙소라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 '올인' 속 성당
다음날 오전 6시, 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시간에 룸메이트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저 멀리 드라마 '올인'의 성당이 보인다. 넓은 부지에 커다란 자연사박물관을 얹어놓은 느낌이다.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바다와 언덕과 리조트가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이다. 누굴까? 여기에다 이런 그림을 그려놓은 사람은…. 한 평의 땅도 없는 내가 꿈을 꾼다. 10년, 20년 뒤에는 이런 곳에서 살 수 있겠지. 식사 후 리조트 직원의 안내를 받아가며 전동차로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다.
◆나무로 된 올레길 '서귀포 외돌개 코스'
다음 도착한 곳은 올레길 '서귀포 외돌개 코스'. 흙길이 아닌 나무길이다. 지척의 거리에 범섬과 외돌개를 두고, 발 아래는 파란 바다가 포말로 부서진다. 불현듯 '난 참 나쁜 남편, 나쁜 애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꼭 이 길을 식구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리라.
◆3D'4D 상영관, 다양한 체험코스도
다음 코스는 서귀포시 법환동에 위치한 세리월드. '익스트림아일랜드'라는 3D'4D의 영상관. 4D영상관에서 멀미나는 줄 알았다. 아이들에겐 인기 있는 곳이다. 영상관을 비롯해 여러 가지 체험코스가 있으며 요금은 8천~2만5천원까지.
◆도떼기시장 같은 마라도 선착장
다음에는 마라도행. 송악산 선착장에서 30분 남짓한 거리. 섬 입구는 전동차로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한다. 상술이 도를 넘어 큰 기대감을 안고 찾아든 여행객들에게 자칫 씁쓸한 이미지를 주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을 가져본다. 마라도에서는 부지런히 걷고, 찍고 해야 배 시간을 맞출 수 있다. 배는 기다려 주지 않고 제시간에 떠나기 때문이다.
◆기예단의 말 솜씨 '더마파크'
다음은 '더마파크'(The馬Park). 기예단들이 말을 타고 칭기즈칸의 일대기를 연출하는 곳이란다. 김유신 장군이나 화랑도 등 우리 조상들의 말 타는 모습도 이곳에서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유리의 성' 사진촬영하기 좋은 코스
이어 도착한 곳은 '유리의 성'. 들어서니 입구에서부터 유리공예품으로 치장을 해놓아 가족들, 신혼부부, 연인들이 와서 감상하고 사진촬영을 하기에 좋은 코스 같았다. 특히 물 속에 놓인 유리카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는 넓게 펼쳐진 녹차밭(오설록)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촬영을 했다.
멀리 한치잡이 배의 환한 불빛이 보이는 이호해수욕장 앞 횟집에서 소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고, 천장 문이 열리는 나이트클럽에서 입가심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각종 생활도구에 옛 거리 '선녀와 나무꾼'
둘째 날 아침, 한 특급호텔에서 축구 스타 황선홍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몇 마디 나누는 기회도 가졌다. 첫 관광지는 1960, 70년대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선녀와 나무꾼'. 입구에서부터 정겨움이 묻어난다. 어릴 적 아버지가 타시던 자전거며, 수동 타작기 등 각종 생활도구에다 옛 거리도 미니어처로 꾸며놓았다. 거대한 민속박물관 같지만 골동품에 관심 있는 분이 아니더라도 가볼 만한 곳이다.
◆눈이 즐거운 '삼국지랜드' '아트랜드'
중국의 고전을 변검과 재미있는 콩트로 선보이는 '삼국지랜드', 특이한 분재와 19세 관람불가 방(민화)이 있는 '아트랜드'도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날 점심은 제주도 흑돼지고기에 한라산 고사리 등 채소가 곁들여진 한식.
◆'성읍민속마을' 제주도 생활상 그대로
식후엔 성읍민속마을에 갔다. 중년의 남자가 제주어로 우리를 반긴다. 옛 마을과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셔틀버스 운전기사의 구수한 입담 '우도'
안내를 맡은 아즈방을 뒤로 하고 우도로 향했다. 제주도의 부속 유인도 중 가장 큰 섬, 우도관광에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유익하고 재미있다. 배삯과 버스요금을 합해 만원 남짓으로 여러 볼거리와 운전기사의 구수한 입담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어 '강추'하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산호 부스러기가 쌓인 산호사해수욕장의 모래를 한주먹 바지주머니에 넣어오고 싶었지만 금기사항이라 보는 걸로 만족해했다.
◆'설봉호' 타고 부산항으로 출발
다시 성산항으로 돌아와 가까운 곳에서 갈치회'문어'멍게에다 전복죽을 곁들여 배를 채우고는 부산항 배를 타기 위해 제주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9천t이 넘고, 정원 590명 정도인 '설봉호'를 탔다. 오후 7시에 제주를 출발해 다음날 오전 6시 부산항에 도착했다. 옛날 금강산을 오가던 이 배는 안에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설봉호가 미끄러지듯 제주항을 빠져나가면서 제주도가 점점 멀어진다. 제주도는 다음에 또 오라고 말한다. 돌아오는 길, 설봉호에서 바라본 일몰광경은 장관이다.
[Tip] 제주도 재발견 여행상품 '가자! 하늘로, 바다로'
대구경북여행사들이 선보이고 있는 제주도 재발견 여행상품 '가자! 하늘로, 바다로'는 대구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중형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해 올레길~익스트림 아일랜드(입체영상 체험관)~유리의 성~녹차밭(선택)~더마파크(선택)~선녀와 나무꾼~조랑말 타기~마(馬)상쇼~성읍민속마을~섭지코지'성산포해양관광지구~아트랜드 등을 이틀 간 관광한 뒤 9천여t급 관광유람선인 설봉호를 타고 부산여객선터미널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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