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최장수 술도가

입력 2009-07-23 11:29:37

막걸리 역사가 살아 숨쉰다

영양군청과 읍사무소 사이에 위치한 영양양조장은 8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술도가이다. 이곳에 가면 막걸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살아있는'술박물관'이다. 1926년 일제시대 청주양조장으로 지어졌다가 해방 후부터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양조장 정문에는'영양탁주합동관리회'라는 나무 현판이 걸려 있고 현관문에는'전화6'이라는 작은 나무 푯말이 붙어있다. "일제시대 영양에 전화가 10대뿐이었어요. 그 중에서 이 양조장에 여섯 번째로 전화기가 설치됐다는 뜻입니다. 관공서가 1번, 경찰서가 2번 등 관공서가 1~5번을 차지했고 민간에서는 이 양조장이 첫 번째였죠."

조부때부터 대를 이어 40여년 이곳을 지켜오고 있는 권시목(63'영양탁주합동 대표)씨의 말 속에서 당시 번성했던 막걸리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서열 6위'를 공식 인정받았을 만큼 술을 많이 팔았고 돈도 많이 벌었죠. 조부 덕분에 서울서 대학까지 나왔으니까요." 권 대표는 막걸리가 번성했던 1960년대, 70년대에는 하루 매출이 지금의 한 달 매출과 맞먹었다고 회고했다. "현관 옆 창문 앞에 자전거가 꽉 서 있었죠. 나무통에 담은 막걸리를 짐자전거에 S자 고리로 끼워 쉴 새 없이 배달하기 바빴죠."

페인트가 여기저기 벗겨지긴 했지만'영양양조장'건물은 아직도 강건하다. 83년의 세월에도 벽에 금 하나 없다. 기둥은 압록강 적송인데 요즘 보기 드문 목재이고 손으로 쳐보면 돌처럼 단단하다. 벌레조차 먹지 못해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이다. 지붕은 지진에도 끄덕 없을 정도의 트러스 구조이고 나무못만 쓴 것도 특이하다.

양조장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제성기(도수를 맞추거나 감미를 하는 술 제조의 마지막 단계)'원심분리기 등이 들어서 있고 옆에는 옛 우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맑은 물을 퍼내기 위해 양조장 내부에 우물을 판 것. 물이 차고 미네랄이 풍부하며 가뭄에도 물을 이용할 수 있어 우수한 막걸리 제조비법 중 하나인 셈이다.

칠 벗겨진 주판이 놓인 낡은 책상, 비스듬히 쌓인 국함(누룩 담는 상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사무실 안쪽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금고는 막걸리 전성시대의 영광을 웅변하고 있다. 이 금고는 도끼로 부셔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 막걸리 전성기 때 번 돈을 채곡 채곡 쌓아뒀다. 금융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화폐보관의 보물창고였으며 이 금고를 본 일본관광객들조차 흥미를 끈 물건이다.

이 양조장의 압권은 누룩을 띄우는 발효실. 옛 양조 역사의 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 곳에 들어서니 한 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벽과 천장이 두 겹에다 폭이 90㎝쯤 된다. 벽 사이에 왕겨를 채워 외부의 열기를 차단하고 발효실 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40여년 경력의 권 대표는 "누룩을 빚어 술이 가장 맛있게 익는 적정온도인 22℃를 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영양에서 유일하게 83년의 막걸리 맥을 묵묵히 잇고 있는 영양양조장. '영양생(生)막걸리'란 이름으로 팔리는 이 양조장 막걸리는 옛 시골 막걸리 맛을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다.

누르스름한 빛깔의 영양막걸리는 단맛이 그리 세지 않고 톡 쏘는 탄산이 별로 없고 묽은 편이다. 첫 입에 확 끌어당기지는 않지만 뙤약볕에서 일한 다음 갈증을 해소하기 알맞은 농부의 막걸리이다. 60, 70대가 주 소비자인 영양막걸리는 옛 향수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막걸리 맛은 물맛, 숙성, 혼합기술이 좌우한다"는 권 대표의 말속에서 우리 전통 막걸리의 역사와 맛이 오롯이 묻어났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 대구탁주 '불로막걸리'

대구 팔공산 자락의 천연수로 빚은 '불로막걸리'는 신선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불로막걸리는 자체 실험실에서 배양한 살아있는 효모균을 사용하기 때문에 특유의 감칠맛을 자랑한다. 최상의 효모와 함께 양질의 밀가루'누룩 등이 첨가된 데다 팔공산 자락 지하 170m에서 뿜어낸 천연수를 사용한 때문이다.

특히 이곳은 제조공정의 핵심인 밀가루와 물을 뒤섞은 통에 산소를 공급하고 원활한 효모작용을 돕기 위해 막대기로 휘젓는 작업, 가위넣기(일명 도봉질)에 상당한 노하우를 자랑한다. 너무 빨리, 자주 휘저어서도 안 되고 완급을 조절하면서 적절하게 저어야 한다. (주)대구탁주 이종진(54) 협회장은 "일일 생산량은 6만~8만병(0.75ℓ 기준) 정도이며 작년 상반기(1~6월) 688만ℓ에 비해 올상반기는 756만ℓ로 10% 정도의 매출이 늘었다"며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까지 수출하면서 그 명성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053)985-4723

전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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