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사이드)정신의 바르샤, 자본의 레알

입력 2009-07-22 08:59:4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가 전통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을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조안 라포르타 회장은 20일 "레알과 우리는 영입 방식부터 다르다"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빅 스타들을 사들이고 있는 레알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바르셀로나는 현재까지 왼쪽 풀백인 카벨리노 막스웰(27)을 영입하는데 450만유로(한화 약 80억원)만 지출했다. 레알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카카(27), 카림 벤제마(22), 라울 알비올(24)을 영입하는 데 사용한 2억유로(한화 약 3천500억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실제 프리메라리가의 양대 산맥인 바르셀로나와 레알은 구단 운영과 축구에 대한 철학 등에서 극명하게 대조를 보인다. 레알이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이용해 세계적인 빅 스타들을 싹쓸이 영입에 나선 반면 바르셀로나는 상대적으로 적막감이 흐른다.

스페인의 주류층을 대변하는 레알은 축구 실력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바르셀로나는 독특하다. 메인 스폰서가 없다. 레알을 비롯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날, 리버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단은 유니폼 상의 앞가슴에 메인 스폰서가 있다. 앞가슴에 회사명을 새기는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받는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유니세프(UNICEF)' 로고를 앞가슴에 새기고 구단 수익의 일부를 오히려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있다. 언뜻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 이유는 바르셀로나의 탄생과 관련이 있다. 스페인 정부에 대항해 독립을 꿈꾸던 카탈루니아인들이 정부에 맞서는 상징적인 존재로 FC바르셀로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10만명의 서포터스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내면서 특정 기업에 휘둘릴 수 있는 메인 스폰서 도입에 극렬히 반대했다는 것. 이 같은 전통이 현재의 바르셀로나에도 남아 있다.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으면서도 성적으로 세계 최고를 유지하고 있는 바르셀로나가 축구팬들에게 매력 있는 구단으로 비치는 이유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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