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자 읽기]내 안의 여자가 말을 걸다

입력 2009-07-22 07:00:00

심형보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그림과 여자, 신화가 궁금한 사람은 이 책 한 권이면 해결된다.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유방재건술 전문가인 심형보는 책에 수록된 69편의 명화를 소재로 여인과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야기는 간결하고 재미있으며, 밑줄을 그어서 외운 뒤에 남들에게 아는 척하고픈 내용들로 가득하다.

'법도 비껴가는 아름다운 나신(裸身)' 편에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급 창부 프리네의 이야기를 장 레옹 제롬의 그림 '배심원들 앞의 프리네'와 함께 들려준다. 아름다운 프리네의 나체 앞에 입을 벌린 배심원들. 예쁘면 뭐든지 용서된다는 말은 그 옛날부터 통용됐던 모양이다. 그림 설명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고, 신화와 곁들인 시사 이야기는 감칠맛을 더한다. 아울러 책에 실린 69편의 그림은 시대를 막론하고 명화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시대와 작가에 따라 달라지는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기준을 살펴보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 아름다운 여자와 아름다워지려는 여자. 세상에는 어떤 쪽이 더 많을까? 저자는 지금보다 더 험난한 삶을 살았던 그림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빌려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우리 시대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자는 누구나 아름답다." 304쪽, 1만3천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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