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허리'가 휜다…절반 아래로 추락한 중산층

입력 2009-07-21 09:37:22

인테리어 업자로 일을 했던 이모(42·대구 달서구 성당동)씨. 한때는 월 300만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고 100㎡의 아파트에 살며 대한민국에서 중산층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고, 경제위기 여파로 실내 인테리어를 하겠다는 수요가 급감하면서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아파트를 살 때 빌렸던 1억2천만원의 이자조차 감당하기가 힘들어 얼마 전 아파트를 헐값에 내놓고 월세로 옮겨앉았다. 이제는 고1과 중2인 두 자녀의 학비를 대기조차 빠듯한 상황이 됐다. 그는 "돈을 빌릴 곳도 없다"며 "월세와 공과금, 아이들 급식비까지 내고 나면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조차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라며 한숨만 쉬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했던 이모(50·동구 신서동)씨는 최근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사글세 방으로 이사를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 달 벌이가 70만원을 넘기기 힘든 날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 대출 이자가 계속 연체됐던 탓이다. 이씨는 "중소기업을 퇴직하고 아내와 함께 어렵게 자격증을 따 공인중개사를 했는데 7년 동안 허리띠 졸라매 마련한 아파트까지 몽땅 날렸다"며 "적잖은 나이에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끝모를 불황이 실직과 폐업을 양산하면서 중산층이 신빈곤층으로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1990년 초반만 해도 4가구 중 3가구는 중산층(75%)이었던 한국 사회는 20년이 지난 현재, 2명 중 1명만 중산층(49.9%)일 정도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 중산층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08년 3년 동안 우리 사회의 중산층 비중은 57.5%에서 49.9%로 7.6%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은 조사대상 가구를 일렬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중위가계 소득을 100%으로 보고 50%~150%에 달하는 소득을 가진 가계를 지칭한다. 문제는 이들 중 3분의 1만이 고소득층으로 이동했을 뿐, 나머지 대다수는 평균 소득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저소득층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계 저축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서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더욱 많은 가정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국내 개인 순저축률은 2008년 2.54%까지 하락했다. 2002년 카드대란 등의 여파로 0.4%까지 떨어졌던 개인 순저축률은 2005년 6.5%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을 계속해 OECD국가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경북대 이정우 교수(경제학과)는 "저축률이 급속히 하락하는 이유는 개인들의 소비 성향이 늘어났다기보다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한 가계 부채의 증가로 인해 저축 여력이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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