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히 살펴야 할 어린이 질환-(10)성장 장애(한방-上)

입력 2009-07-20 07:00:00

한의학에선 성장 발육을 저해하는 원인 진단을 통해 증상을 치료하면서 성장 관련 치료를 한다.
한의학에선 성장 발육을 저해하는 원인 진단을 통해 증상을 치료하면서 성장 관련 치료를 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질병만큼이나 신경을 많이 쓰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자녀의 키다. 또래보다 키가 작다거나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작을 경우 늘 자녀의 저성장에 대한 불안과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혹시 키가 작아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진 않을까', '성장해서도 작으면 취업, 결혼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등등 여러가지 육체적·심적 압박을 받기 일쑤다. 또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도 걱정된다. 스트레스 받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저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의 키는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하면 키를 키울 수 있을까. 양·한방적 관점에서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저신장의 기준

키가 또래보다 작은 경우를 성장 장애, 성장 부진, 성장 지연이라고 한다. 그러나 키가 조금 작다고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저신장'의 정확한 기준과 원인을 아는 게 중요하다. 저신장은 의학적으로 우리나라의 같은 나이 및 성별 어린이 100명 중 키가 작은 순서로 3번째 안(3%)에 들거나 표준 평균치보다 10cm 이상 작은 경우다. 또 키가 1년에 4cm 미만으로 자라는 경우도 저신장에 포함된다.

◆한의학에서 저신장의 원인

성장 발육 문제를 각 장기의 특징적인 생리 및 병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크게 선천적, 후천적 요인으로 나눈다. 선천적인 요인과 관련있는 대표적인 장기는 호르몬 개념과 비슷한 정(精)과 뼈를 주관하는 '신'(腎·신장과 비슷한 개념)이고, 후천적 요인의 대표적인 장기는 기와 근육, 살의 영양을 주관하는 '비'(脾·비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신장의 경우 비뇨생식기 및 호르몬과 관련된 장기로, 신장이 좋지 않으면 성장호르몬, 성호르몬의 불균형이 발생해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한의학 의서에도 '신장은 선천의 근본이다', '신장은 정(호르몬)을 저장하고 뼈를 주관하며 골수를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비장은 소화기를 주관하는 장기로, 비장이 좋지 않으면 소화기의 기능이 떨어져 입맛이 없고 소화 및 흡수도 잘 안 돼 팔·다리와 근육의 영양 부족 현상이 나타나 성장 발육에 장애를 일으킨다. 의서에서도 '비장은 후천의 근본이다', '비장은 살과 근육, 팔·다리를 주관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비뇨계가 허약해 야뇨증이나 당뇨증이 있는 경우, 신경계가 약해 잠을 푹 못 자거나 자주 놀라는 것도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치료 및 지압법

소화기, 비뇨계, 신경계, 호흡기 등의 문제로 성장 발육을 저해하는 경우 원인 진단을 통해 먼저 증상을 치료하면서 성장 관련 치료를 한다. 성장 관련 치료로는 한약으로 성장 발육과 관련 있는 신장과 비장을 보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체질과 증상에 따라 녹용, 두충, 홍화씨, 골쇄보, 우슬 등을 배합한 한약을 사용해 뼈의 성장 및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키 성장을 돕는다. 또 '추나요법'으로 저신장을 치료하기도 한다. 척추질환도 키가 자라지 않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추나요법을 통한 척추교정으로 정상적인 성장을 유도한다. 키 성장을 돕는 한의학 성장체조법도 있는데 스트레칭 및 체조와 비슷한 개념의 운동법으로, 신체운동과 호흡운동을 결합한 양생법이다.

신체 발육을 좋게 하는 지압법도 있는데, 뼈의 양쪽 끝 연골을 자극,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뼈를 형성하는 영양분 운반을 원활하게 해 성장을 돕는 방법이다. 목의 경추에서 엉덩이 꼬리뼈까지의 모든 척추 마디마디를 2, 3초간 지압하고 무릎 밑 경골(정강이뼈) 양쪽 움푹 들어간 곳을 3분간 지압하는 방법이다. 또 엎드려 누웠을 때 허리 양쪽에 움푹하게 들어간 요안혈을 3분간 지압하는 것도 척추와 다리의 기혈 순환을 촉진시켜 성장에 도움이 된다.

◆생활 속 관리법

후천적인 식습관도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 무기질, 당분, 지방 등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특히 인스턴트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너무 차거나 짭고 매운 음식, 단 음식에 의해 신장과 비장이 손상돼 후천적으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또 성장호르몬의 경우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등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산이 든 탄산음료나 당분, 지방을 과다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인산은 뼈의 성분이 되는 칼슘을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하고 지나친 당분 섭취도 골격 형성을 방해하며 축적된 피하지방은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2차 성징을 앞당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다리관절 운동과 스트레칭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한데, 고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 등의 성장판을 자극하고 관절 부위 근력을 증진시켜 성장에 도움을 준다. 농구, 배구, 줄넘기, 달리기, 걷기, 축구 등 적당한 운동도 성장판을 자극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전문가를 통해

의료기기를 통한 척추견인요법의 경우 키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비전문가에게 적절하지 못한 치료를 받을 경우 자칫 요통이나 척추 인대 손상 등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는 만큼 전문가와 상담을 받는 게 좋다. 또 홍삼, 오가피 등 건강기능식품도 성장에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체질이나 증상에 따라 흡수율이 다르고 부작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한의사의 진단을 받은 뒤 처방받아야 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권기원·김주봉 코끼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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