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잡으려다 사람 잡겠네"…전기채 최고 4천V

입력 2009-07-18 07:00:00

전기채 최고 4천V 전압 외부에 흘러, 뿌리는 약 유해 화학성분 두통 유

잠 못 드는 여름밤, 열대야보다 더 괴로운 건 모기들의 공습이다. 집집마다 밤이면 모기약을 뿌리고, 모기향을 피우는 등 모기와 전쟁을 벌이는 형편. 그러나 모기를 잡겠다며 동원한 퇴치 수단에 오히려 사람이 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 잡는 전기모기채=밤마다 모기에 시달리던 직장인 윤모(25·여)씨는 얼마 전 노점에서 5천원을 주고 산 전기모기채를 휘둘렀다가 낭패를 봤다. 전기모기채의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테두리가 벽에 살짝 부딪히자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며 모기채에 스파크가 튀었던 것. 윤씨는 "1.5V짜리 건전지 2개를 넣었을 뿐인데 충격이 너무 커 깜짝 놀랐다"며 "아이들이 갖고 놀다가 사고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물망에 흐르는 전류를 이용해 해충을 잡는 테니스채 모양의 전기모기채는 편리한 만큼 위험도 크다. 벌레가 그물에 닿으면 순식간에 태워버리고, 건전지나 충전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사용이 편리하다. 그러나 전기가 흐르는 충전부위가 개방돼 있는데다 전원을 끄더라도 금세 전기가 차단되지 않는다. 1천900∼4천V의 전압이 사라지는 데 길게는 13초까지 걸려 감전 위험이 적지 않은 것. 특히 어린이가 가지고 놀다 신체와 접촉할 경우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인화성 물질 근처에서 사용하면 스파크 때문에 불이 날 수도 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최근 여름철 전기용품 122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전기모기채 등 5개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전기모기채 11개 제품 중 220V를 사용하는 제품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달 초부터 판매 중지됐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전기모기채는 어린이들의 감전사고와 화재를 부를 수 있어 안전기준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람 잡는 모기약=전자모기향과 뿌리는 모기약, 모기향, 모기 기피제 등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모기약에 들어있는 유해 화학성분 탓이다. 이들 모기약에는 주로 프랄레트린, 프탈트린, 퍼메트린, 사이퍼메트린, 피레트린엑스, 프로폭술 등 다양한 살충 성분이 포함된다. 주로 곤충의 신경계를 공격해 마비 증세를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일부 모기약에 포함된 퍼메트린이나 사이퍼메트린 등의 성분은 환경부가 지정한 환경호르몬에 속한다.

살충 성분에 장시간 노출되면 재채기나 두통, 구역질을 일으킬 수 있고 비염·천식 환자는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액체나 매트 전자모기향 속 살충 성분도 오래 노출되면 재채기, 두통, 현기증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전원에 연결된 전자모기향의 열판에 손이 닿으면 감전되거나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가려움증을 완화해주는 물파스는 경련 위험 때문에 만 30개월 이상 소아에게만 쓸 수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모기향이나 전자모기향을 방에서 사용할 때는 반드시 환기를 시키고, 전자모기향은 사용이 끝나면 스위치를 꺼야 한다"며 "특히 모기약이 피부나 음식물, 식기, 어린이의 장난감 등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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