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일요시네마 '투씨' 19일 오후 2시40분
재능이 있고 영리하지만 인기 없는 남자 배우인 마이클 도로시. 친구와 드라마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친구가 배역을 얻지 못하자, 자신이 그 배역에 도전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 배역은 40대 여성. 그는 여장을 하고 오디션을 보러가 결국 그 배역을 따내고, 극중 인물에 몰입해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여성들이 남성 중심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고, 결과적으로 도시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얼마 후 그는 드라마 여주인공인 간호사 역할을 맡은 줄리를 사랑하게 된다. 도로시의 인기는 계속되지만, 줄리가 그를 여자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영화 '투씨'(1982년 작)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왜곡된 성적 정체성으로 빚어지는 혼란을 코믹하게 다룬다. 또한 텔레비전 드라마와 뉴욕의 연예 산업, 사회 계층의 모순 등을 풍자적으로 꼬집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는 러브 스토리다. 영화의 막바지에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더스틴 호프만이 중년의 여배우를 연기했다는 점. 호프만의 분장에 쓰인 가발과 안경이 좀 어색해 보이긴 하지만 그가 연기한 여성은 어느 정도는 진짜 여자처럼 보인다. 남자인 그가 연기하는 도로시는 좀 괴상해 보이긴 하지만 개방적이고 독립적이며, 정의를 옹호하는 똑똑하고 자신감 충만한 여성이다.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드라마의 감독이 여주인공 줄리를 함부로 대하자, 도로시는 줄리를 따뜻하게 대하며 가까운 친구가 된다. 하지만 도로시의 문제는, 내면의 남성이 줄리를 사랑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자 아닌 여자로 살아가며 도로시가 겪는 내적 갈등이 영화에 흥미를 더해준다.
감독인 시드니 폴락은 이 영화에서 제작자로 참여한 로버트 레드포드를 만났고 이후 평생의 친구가 됐다. 폴락은 자신의 영화 '저주받은 재산'에 로버트 레드포드와 나탈리 우드를 출연시켰고, 가장 큰 성공작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을 출연시켰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폴락은 2008년 5월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사망했다. 러닝타임 116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