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 돌아가는 꼴을 보면 소화가 안 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제부터 여야가 동시에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판을 벌이고 있으니 국민들 속 끓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머리를 맞대 민생 현안을 다루고 제때 법안을 처리해도 시원찮을 판에 수박이나 먹고 한담 나누다 꼬박 날밤 새웠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대한민국 국회 생기고 초유의 일이라는데 정말 낯 들고 말하기 부끄러운 기록이다.
오늘이 61번째 맞는 제헌절이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긴 연륜이다. 그런데 18대 국회는 나이는 먹었으되 정신연령은 한참 낮은, 덜 떨어진 괴물처럼 보인다. 불과 몇 개월 전 해머와 소화기 등 닥치는 대로 휘두르며 아수라장을 만든 전력도 모자라 이제는 여야가 맞농성이라는 코미디판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법과 민생을 지키라고 뽑아놓은 의원들이 법 정신은 망각하고 정쟁에만 목숨 걸고 있으니 제헌절 의미에 먹칠을 해도 이럴 수는 없다.
어제 김형오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표결 처리를 전제로 6월 임시국회를 7월 31일까지 6일간 더 국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즉각 거부했다. 25일까지 본회의장에 이부자리를 깔고 버티면 여당도 뾰족한 수가 없을 거라는 계산이다. 기어코 식물국회를 만들어 쟁점 법안 처리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발상이 참 한심하다. 조정과 합의 정신은 내팽개친 채 무조건 막고 밀어붙이며 스스로 국회 위상과 존재 이유를 깎아내려 어쩌자는 것인가.
여야는 더 이상 정쟁에 빠져 국회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 당장 농성을 풀고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봉숭아학당'이 아니다. 절차에 따라 이성과 논리로 날카롭게 싸우면서도 해법에 접근하고 다수결로 매듭 짓는 국회다. 코미디는 TV만으로도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