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탈출]동해안 해수욕장

입력 2009-07-16 10:50:08

설마? 이렇게 조용한 바다가…

한여름의 피서와 낭만은 뭐니뭐니해도 해수욕장이 최고다. 하지만 이맘 때 이름난 해수욕장은 '사람 반, 물 반'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그래서 외부인들에게 덜 알려진, 그러나 바캉스를 즐기기에는 손색없는 해수욕장을 각 지자체로부터 추천받았다. 북적이지 않고 조용하게 가족 피서를 보낼 수 있는 동해안 해수욕장을 소개한다.

◆경주 오류해수욕장

9일 경주시청에서 추천한 오류해수욕장을 찾았다. 해수욕장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슴이 뻥 뚫리게 펼쳐진 백사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잔잔하게 부는 바람에 실려 하얗게 거품을 내는 파도소리가 귓가를 두드렸다. 개장(10일)이 아직 안 돼 인적이 뜸했지만 오히려 바닷가의 호젓함이 운치를 더했다. 갈매기 한 마리도 그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한쪽에선 시끌벅적했다. 굴착기가 모래 고르기를 하고 인부들이 푯말을 설치하는 등 개장을 하루 앞두고 막바지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오류해수욕장번영회 임채권(57) 회장은 "경주에는 포항이나 영덕같이 규모가 크거나 유명한 해수욕장은 없는데 그 가운데서도 이곳은 아직 외부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위락시설이 거의 없는데다 외지인들에겐 인근 나정이나 전촌 등의 해수욕장보다 멀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이곳은 경주의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감포항이 바로 옆에 있어 일찍부터 해수욕장으로 발달했는데 그 역사가 100년 넘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올해는 돌블록도 새롭게 만들고 백사장에 천막도 설치했으며 모래 평탄작업도 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반달모양을 하고 있는 모래사장은 길이가 700~800m는 족히 넘어보였다. 모래사장 폭도 50m 정도로 넓은 편이다. 임 회장은 "백사장이 넓다 보니 피서객들이 모래사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물가에 가까이 다가가자 몽돌이 띠를 형성하듯 펼쳐졌다. 바닷물에서 10m까지 몽돌이 깔려있어 지압에도 좋다고 한다. 자갈들은 하나같이 맨들맨들 촉감이 부드럽다.

주차장을 둘러싸고 있는 솔밭도 인상적이다. '오류솔밭'이라 불린다는 이곳은 면적이 3만3천㎡ 정도로 나주 임씨 문중 사유지라고 한다. 나무 연령이 100년 넘어서인지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있다. 소나무 사이로 군데군데 공간이 있어 피서객들의 야영지로 그만이다.

경주 보문단지에서 감포 방향으로 30분 정도 가면 기림사를 지나치게 되고 조금 더 가면 검문소를 만나게 된다. 이 삼거리에서 감포 방향으로 좌회전, 10km 정도 가면 포항 방향과 울산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포항 방향으로 가면 오류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주변 볼거리로는 신라의 고찰 기림사와 문무대왕릉, 국보 제112호인 감은사지3층석탑 등이 있다. 054)779-6395.

◆영덕 하저해수욕장

영덕군청 추천. 영덕 강구항과 축산항의 가운데 지점에 있어 바다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영덕에서 물이 가장 깨끗하다고 소문나 있다. 그만큼 어선 왕래나 활동이 적기 때문에 바다가 자연 상태로 잘 보존됐기 때문. 지역민들 사이에 '하저 푸른바다'라고 알려져 있다.

모래사장 길이는 1~1.5㎞ 정도. 파도로 떠내려온 모래가 계속 쌓이면서 모래사장 규모가 10년 전부터 계속 커지고 있다고 한다. 주변이 하저문화마을로 지정되면서 최근 펜션이나 민박 등이 많이 생겼다. 현재 70여곳 밀집해 있어 숙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화장실도 올해 신축해 4개소로 늘어났다. 규모는 별로 크지 않지만 수심이 1.5m 정도로 얇고 주위가 조용한 편이라 가족끼리 한적하게 머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해수욕장이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으로 강구항 대게상가와 영덕 해맞이공원 등이 있다. 054)730-6396.

◆울진 구산해수욕장

울진군청 추천. 울진 후포항을 지나 올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이 해수욕장은 무엇보다 바닷가를 따라 1㎞에 이르는 송림이 매혹적이다. 드넓은 송림엔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월송정'이란 정자도 있다.

100년도 훨씬 넘었다는 송림이 모래사장 곁에 바로 있어 땡볕에도 시원하게 앉아 바닷가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고 삼림욕도 즐길 수 있다. 또한 텐트를 쳐서 야영할 수도 있다.

모래사장 길이는 300~400m로 이곳은 아담한 해수욕장에 속한다.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도 1~1.5m 정도로 얕고 완만해 아이들이 해수욕을 하기에 적합하다. 이 같은 매력으로 이곳을 한 번 찾은 이들은 다시 찾는다. 공동화장실 2개와 샤워장 2개, 식수대 3개 등을 최근 증'신축해 편의시설도 잘 갖춰진 상태다. 주변 볼거리로 명승 제6호로 지정돼 있는 불영계곡이나 국민관광지인 백암온천 등이 있다. 054)789-6350.

◆울산 주전몽돌해변

울산 동구청 추천. 이곳은 사실 해수욕장으로 지정된 곳은 아니다. 수심도 5~6m로 깊어 해수욕을 즐기기엔 다소 위험하다. 하지만 울산시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대규모의 인공풀장을 설치해 해수욕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동해에서 보기 힘든 까만 몽돌이다. 대략 900m에 이르는 해변에 몽돌들이 빼곡히 깔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에 발을 담갔다 나와도 발이 더러워지지 않고 지압에도 좋다. 인근에 음식점과 민박집 등이 많은데다 울산 시내에서 가까워 평소에 가족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는 것.

울산시에서는 적잖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기자 매년 여름철에 해변에 간이 물놀이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도 25일 개장할 예정. 1천명 정도를 동시 수용할 대형풀장 3개를 설치해 민물이 아닌, 바닷물을 끌어와 사용한다.

노천 샤워장 3개와 화장실 3개는 물론, 야영객들을 위한 취사장도 설치해 뒀다. 주변에 주전봉수대와 봉대산공원 등이 있다. 052)209-3471.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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