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신종플루 왕따' 확산…학부모사이 다툼도

입력 2009-07-15 09:36:37

"감염자 학교 학생 수강 금지" 무차별 문자

15일 오전 현재 대구에서 발생한 신종플루 확진 환자 10명 가운데 6명이 초등학생인데다 같은 반 학생과의 접촉으로 2차 감염된 학생이 2명으로 늘면서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학원가를 중심으로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발생한 학교 학생들은 수업 참여를 삼가 달라"는 무차별적 요청이 잇따르고 있으며, 학부모들 사이에 마찰까지 빚어지고 있다.

◆무차별 경계심 확산

김모(41·여)씨는 13일 자녀가 다니던 학원에서 "자녀가 신종플루가 발생한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앞으로 2주간 학원에 나오지 말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잠복기가 최대 1주일에 불과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2주 동안 학원 수강을 하지 말라고 한 것. 김씨는 "내 아이가 환자가 아닌데도 피해를 입어야 하는 상황에 화가 치민다. 2주일 동안 수업을 못 받는 데 대한 환불이나 보강 얘기는 없다"고 불평했다.

자녀가 수성구에 있는 2개의 어학원에 다니고 있는 서모(39·여)씨도 14일 한 곳의 어학원에서 "○학원 학생들은 앞으로 1주일간 보내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학생과 같은 학원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수강도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하다"고 했다.

일부 학원은 학원 수강 금지를 통보하면서 '교육청 공문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구시교육청과 대구시 측은 "학원은 개인사업자로 단지 감염 가능성을 이유로 수업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왕따 우려까지

발병 학생이 다니는 학교 학부모들은 혹시나 자녀가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주일씩 학원 결석 사실만으로도 신종플루가 발생한 학교 재학생이라는 사실이 금세 드러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 자녀를 둔 박모(40)씨는 "같은 학교 학생이란 이유만으로 접촉해서는 안 될 환자 대하듯 한다"며 "딸아이가 수성구에 있는 학원에 다녀 혹시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신종플루 발생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최모(37·여)씨는 13일 아이를 학원에 보냈다가 한 수강생 학부모에게서 항의전화를 받았다. "신종플루가 발생한 학교에 다니면서 어떻게 학원에 나올 생각을 하느냐? 알아서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너무 화가 났지만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몰라 반박도 못했다"며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나면 학원을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안문영 보건위생과장은 "환자와 접촉한 학생들을 추적조사해 발병 여지가 있는 학생은 격리 치료하며 관찰 중"이라며 "너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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